檢 “김범수, 하이브 SM 공개매수 저지 목적 논의 지속”
김범수, 카카오 정신아 대표에 SM 인수 의견 물어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와 관련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비서실장격인 황태선 카카오 CA협의체 총괄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위원장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황대표는 김 위원장이 지속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반대해왔단 점을 강조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논의를 진행한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엔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도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참석한 것이 증인 신문 과정에서 드러났다.
황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결정이 카카오그룹 대표들과 토론 끝에 결정된 것이며, 김 위원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판은 황 대표에 대한 증인 신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SK텔레콤 출신인 황 대표는 2018년 카카오에 합류한 뒤 2020년경부터 김 위원장의 비서실 역할을 하는 ‘브라이언오피스’ 실장을 맡았다. 그간 황 대표는 김 위원장의 업무 미팅 일정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며, 카카오 투심위에 김 위원장과 함께 배석해 왔다.
검찰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가 결정된 투심위가 사실상 김 위원장에 해당 안건을 보고하고 승인받기 위한 자리라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배 전 대표로부터 보고를 받고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을 승인했단 게 검찰의 시각이다.
앞서 검찰이 공개한 배 전 대표와 황 대표 간 카카오워크 대화 내용에 따르면 배 전 대표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를 저지할 수 있다”며 투심위 개최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인 신문에서 검찰은 “김 위원장이 정 대표를 투심위에 참석시킨 것 아니냐”며 “다음날 배 전 대표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간 녹취에서 강 실장이 ‘브라이언(김범수)은 그런 사람을 가끔 쓰더라고요’, ‘정신아도 투자전문가니까 이 건에 대해 한번 얘기 좀 해봐 하더라고’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황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대해선 김 위원장이 계속해서 반대한 것으로 기억한다. 시끄러워지는 것을 워낙 싫어해서 싸우지 말고 잘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정 대표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논의 참여 관련해선 “기억이 나진 않지만, (김 위원장이 정 대표에게) 물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2023년 3월 6일 투심위에서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가 결정됐는데, 김 위원장이 대주주의 의사에 반한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반대하다가 돌연 이날 인수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냐”는 검찰의 질의에 황 대표는 “이진수,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정말 (인수가) 필요하단 말을 많이 했다. 김 위원장이 대표들과 긴 토론 끝에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투심위 운영 주체는 김 위원장이 아니라 배 전 대표였단 점도 강조했다.
그는 “배 전 대표가 투심위 간사 역할만 했다고 보긴 어렵다. 투자와 관련해 주관하고 책임지는 위치였다”며 “(투심위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이 어느정도 영향력은 있겠지만, 김 위원장이 찬성해도 부결된 경우도 있고, 반대해도 모두가 찬성하면 김 위원장이 ‘어쩔 수 없다’고 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지난해 2월 16, 17, 27, 28일 등 총 4일에 걸쳐 2400억원을 투입해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12만원) 이상으로 끌어 올린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1100억원을 먼저, 이후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위원장은 여기에 원아시아 등과 공모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