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지지층 결집’이 여론조사에 반영
’탄핵해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민주당 지지하지 않는 이들도 존재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 속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뒷말들이 많았던 한주였습니다. 분명 계엄반대, 탄핵찬성 여론이 높게 나타났는데 국민의힘 지지율은 대체 왜 오르고 높게 나타나는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앞뒤 안 맞아 보이는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요. 그리고 대체 여론조사 결과들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일까요.
◇ ‘적극지지층’들이 적극 답하는 여론조사
살면서 여론조사 전화를 한번씩 받아본 경험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그때 하던 일을 멈추고 끝까지 답한 경험이 있는 분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이는 실제로 수치로 나타나죠. 많은 경우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0%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보는 여론조사는 ‘적극적으로 전화를 받고 끝까지 조사에 임하는 사람들’이 대상이라고 정리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정치 여론조사에 임할까요. 다양한 분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지지하거나 싫어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화오면 끊지 말고 꼭 ㅇㅇㅇ를 지지한다고 답해주세요’라는 문자들이 돌고 서로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런 자세로 전화를 대기하고 있는 분들에게 연락이 간다면 끝까지 누군가를 지지한다고 여론조사를 끝까지 마치겠죠?
위에 말씀 드린대로 한국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작은 결집만으로도 수치상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탄핵 정국 속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보수지지층의 결집과 무관치 않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수의 위기’로 보고 적극적으로 뭉치고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죠. 그러한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값이 국민의힘 지지율로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야당도 마찬가지로 지지층의 결집이 지지율에 반영되는 것이고요.
이와 더불어 탄핵찬성이 곧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흐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들을 보면 탄핵 찬성이 60%,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30% 정도 된다”며 “이 말은 30% 정도는 탄핵은 해야 하지만 이재명 후보도 표를 주기 싫다, 즉 '윤도 이도 싫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 대선 점칠수 없어···승부처는 ‘단일화 후 중도 확장’
현실이 이렇다 보니 지금 나타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대선으로 이어 생각하기엔 무리라는 것이 전문가들 중론입니다. 현재로선 양당 중 어느 쪽도 대선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신율 교수는 “후보 개인이 아닌 ‘어느 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조사결과를 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오차범위내 접전”이라며 “결국 후보 단일화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종합하면 결국 이번에도 대선의 승패는 ‘어느 당 후보가 더 중도층의 거부감을 덜 사느냐’, 즉 확장성에 달린 것으로 해석됩니다. 기본적으로 선거는 여론조사와 달리 중도층들도 상당수 참여하는데 역대 선거를 보면 결국 이 중도층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승패가 갈렸습니다.
이 중도층들은 극우 및 극좌 후보는 기피하는 성향이 강하기에 ‘팬덤’ 및 ‘결집’을 바탕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대선에서도 똑같이 표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간 필패라는 것이죠.
최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한 라디오에 나와 “우리끼리 뭉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지지율 50%를 못 넘는다”며 중도층을 끌어 와아 한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