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최종 무산 후폭풍에 제4인터넷은행 출범 회의적 분위기 조성
사업성과 수익모델 기존 은행권과 비슷해 차별성 미미···혁신성과 성장성 한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제4인뱅 설립 추진 변수로 작용···조기 대선 시나리오 고려 시 일정 차질 불가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케이뱅크 그 동안 추진해왔던 기업공개(IPO)가 최종 무산되면서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기대하는 혁신성과 성장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 등 정치권 변수도 전체적인 일정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코스피 시장에서 외면받으면서 상반기 출범을 앞둔 제4인터넷전문은행에도 회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기존 시중은행의 사업구조를 답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실 없는 경쟁만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당장 케이뱅크만 보더라도 사업성과 수익모델이 기존 시중은행과 비슷해 차별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비트 제휴 효과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등 과거에도 비슷하게 지적됐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내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지 관건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 기업공개 과정에서 이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지만 케이뱅크만의 차별성과 혁신성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며 "고금리 시기가 지속되면서 인터넷은행만의 금리 경쟁력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업계 전반의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혁신성과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주 대상으로 한다는 업권 특성상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혁신성 측면에서도 별다른 차별점을 보이지 못하면서 인터넷은전문은행의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 25~26일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받겠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신청을 받은 후 2개월 이내에 예비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예비인가 취득 사업자가 있을 경우 본인가를 진행하는데 본인가의 경우 1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빠르면 오는 4~6월 중 제4인터넷은행이 승인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 도전장을 내민 곳은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총 6개 컨소시엄이다. 한국소호은행은 한국신용데이터,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이 참여를 확정지었다. 소소뱅크는 소상공인연합회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AMZ뱅크는 한국생명농업경영체연합회 등이 속해있다. 포도뱅크는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전국소기업총연합회 등이 포함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조기 대선 시나리오 등을 고려하면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일정도 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로 예정된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일정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제4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등 이미 발표한 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탄핵이 현실화 되면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만약 이달 중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면 대통령 선거가 4~5월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제4인터넷전문은행 승인 일정에 대한 조율이 불가피하다. 특히 제4인터넷은행은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로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은행권 경쟁 강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제4인터넷은행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일부 제4인터넷은행의 출범만으로 시장 구조 변화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면 아예 원점 검토도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예비인가 신청 일정이 임박하면서 제4인터넷은행에 도전하는 컨소시엄들의 경쟁은 확대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네이버 계열사인 네이버클라우드까지 제4인터넷은행 인가전에 뛰어들면서 경쟁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제4인터넷은행 설립에 도전하는 유뱅크 컨소시엄에 기술협력 파트너로 합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4인터넷전문은행은 정부가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해 금융소비자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시작한 일인 만큼 정치적 변수와 겹쳐 결정을 선뜻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금융당국도 유연하게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