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숲속도서관
지식의 보고寶庫 역할은 물론, 시민과 시민을 연결하고 아이들의 꿈을 키워줄 문화적 토양이 될 오동숲속도서관. 숲속의 신비로운 오두막으로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장윤규 소장과 떠났다. 온갖 생경한 아름다움이 쏟아지는 공간 속으로.
장윤규
국민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이자 신창훈 소장과 함께 운생동건축사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2005년 세상에 선보인 ‘크링’과 ‘예화랑’이 그의 건축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국내외에서 다수의 권위 있는 건축상을 수상했으며, 일본 저널<10+1>의 세계 건축가 40인 중 1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전도유망한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갤러리 정미소’와 한국 건축 사례를 아카이빙하는 유튜브 채널 ‘건축공감’의 운영진이기도. “나의 마지막은 건축이 아니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그는, 과거 르 코르뷔지에가 그랬던 것처럼 설계자가 아닌 종합 예술가로서의 길을 걷고자 한다.
봄이면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월곡산. 오동공원과 성북구민체육관이 자리하고, 주거 단지와도 인접해 자락 길을 걷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이런 정겨운 장면은 어느 동네 뒷산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월곡산에는 오직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작년 5월에 정식 오픈한 오동숲속도서관. 2024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설계를 맡은 이는 운생동건축사사무소의 장윤규 소장. 5년 전, 한내지혜의숲이라는 유사한 성격의 공간을 성공적으로 완성한 그에게 ‘서울시 책 쉼터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오동숲속도서관의 설계가 맡겨졌다. 공공도서관이라는 큰 틀 외에는 서울시가 많은 부분을 건축가에게 일임했고, 건축가가 부지까지 직접 지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펜스로 갑갑하게 막혀 있던 목조 파쇄장이 시민들을 위한 공공도서관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특이하게도 이 도서관은 건축과가 아닌 공원과에서 심의를 받았다. 자연스레 공원과 건축을 어떻게 조화롭게 융합할 수 있을지에 설계의 초점이 맞춰졌다. 공원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건물 안으로 들이기 위해 장윤규 소장은 ‘투명성’이라는 개념을 떠올렸다. 이때의 투명함이란 단순히 물리적 특성을 뜻하는 것이 아닌, 주변 환경과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건축가는 지붕의 높이를 다르게 설계하고 틈 사이로 창을 들였는데, 덕분에 고개를 들면 실내에서도 하늘이 눈에 담긴다. 안에 있으면서 곧 밖에 있는 듯한 ‘반외부적 공간’이 완성된 것. 이처럼 투명함이 지닌 또 다른 속성인 ‘상황에 따른 유연함’은 이곳만의 독특한 구조인 책꽂이 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책장은 보는 이에 따라 건축 요소로 재해석된다. “본래 예산이 건축과 가구로 나뉘어 있었는데, 책꽂이 월 덕분에 그걸 합쳐버릴 수 있었어요. 보세요, 책장이 기둥이자 벽으로 기능하면서도 가구의 역할을 하고 있죠?” 그 결과 가구에 할당된 비용만큼 공간에 투자할 수 있어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아졌고, 가구까지 건축가의 철저한 계획 아래 둘 수 있어 여러모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느새 개관 1년이 훌쩍 넘은 오동숲속도서관. 촬영을 위해 방문한 평일 오전부터 사람들로 금세 자리가 가득 찼다. “과거의 도서관은 책을 읽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그런 기능만 존재하는 것 같지 않아요”라는 장윤규 소장의 말처럼, 이곳은 카페를 들임과 동시에 때때로 음악회와 같은 각종 문화 행사는 물론 시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앞으로 이곳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건축가는 다분히 의외이면서 와닿는 답변 하나를 내놓았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공간에서라도 익숙하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 하나가 그들의 성장에 꽤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그들 중에서 한강 작가 같은 세계적인 문호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어요?(하하)”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고, 더 나아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실험적인 건축이 세상에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 운생동건축사사무소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동숲속도서관
위치 서울시 성북구 화랑로13가길 110-10하월곡동
문의 02-6952-1806
editor 권새봄
photographer 김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