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09년 이후 등록금 동결 기조
올해 주요 사립대 인상 움직임 활발
탄핵정국으로 정부 힘 빠진 영향 분석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주요 사립대들이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15년 이상 이어졌던 정부의 동결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탄핵 정국 영향으로 정부 힘이 빠지자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호기로 보고 행동에 나섰단 분석이다. 부담이 늘어난 학생들의 반발도 거세다. 대학이 재정 확보 부담을 학생들에게 전가한단 비판에 정치권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립대를 중심으로 재정 악화를 이유로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권 대학의 경우 서강대(4.85%), 국민대(4.9%)가 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연세대와 고려대, 경희대는 법정 최대 인상 한도인 5.49%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성균관대와 한양대, 중앙대, 이화여대 등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초 교육부는 올해 등록금 관련 “민생 어려움과 엄중한 시국 상황을 고려해 동결 기조를 유지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대와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 9곳은 올해 등록금을 동결키로 결정했다. 반면 사립대는 불응 기류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최근들어 동결 기조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늘긴 했지만, 특히 올해 두드러진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에 한 재학생이 쓴 등록금 인상 철회 촉구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에 한 재학생이 쓴 등록금 인상 철회 촉구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제도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왔다. 등록금 인상 상한을 직전 3개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 이하로 정하고, 등록금 인상 대학엔 국가장학금 지원을 끊었다.   

하지만, 등록금 동결 기간이 길어지면서 국가장학금 지원 불이익을 받더라도 등록금 인상을 통한 수입 증가가 학교 재정엔 더 도움이 된단 인식이 학생 수가 많은 대학 중심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인상 움직임이 활발한 것을 두고는 최근 탄핵 정국으로 정부 힘이 빠진 영향도 있단 분석도 있다.

교육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 국가장학금 외에도 도움이 필요한 여러 부분이 있어 정부에 찍혀서 좋을 게 없다”며 “탄핵으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현 정부 말을 안 듣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계속됐던 등록금 동결과 정국 상황이 맞물려 대학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학생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학생 반발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날 등록금 인상을 지적하는 국회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리는 등 정치권도 주목하는 모양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관계자는 “대학본부는 학교 재정난을 핑계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심지어 대학 총장들이 학생들도 등록금 인상을 찬성한단 취지로 말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대학본부의 재정 부실 운영, 사학비리와 적립금 운용 등 등록금 인상 이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며 정부 재정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소속 이민지 위원은 “사립대 문제는 재정구조이다. 사립대 재산은 대부분 학생 등록금으로 형성되고 있다. 사학법인은 기본재산 확보율도 100% 충족한 곳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학 운용 비용으로 책임지는 부담도 낮단 지적이다. 이 위원은 “사립대 법정부담금 부담률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다 등록금 회계, 교비 회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돈이 없다더니 오히려 적립금은 늘었다”며 “당장 눈앞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등록금을 인상한다 해도 이해되지 않는데 올릴 수 있을 때 올리잔 심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등록금 인상 추진에 따른 반발이 커지면서 정치권도 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청년, 대학생들 취업이 어렵다보니 결혼도 어렵고, 빚만 쌓여가는 상황에서 대학 등록금까지 올리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며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철저하게 등록금 인상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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