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성장 하방 위험 및 환율 변동성 확대”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 열어둬”
“추경 필요하지만 전국민 아닌 자영업자 타깃 지원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0%로 동결한 가운데 이창용 총재가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높은 환율 수준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한 상황이지만 이번에는 환율을 중심으로 한 대외 균형을 더 고려했다”며 “지금은 정상적인 상환보다는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올라간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 등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0%로 동결했다. 작년 10월 금통위에서 3년 2개월 만에 금리를 내리며 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선 이후 11월에도 금리를 내리며 2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이번에는 금리 동결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통결 배경을 두고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 위험과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이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동의했다. 신성환 위원은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낸 신성환 위원의 입장에 대해 “환율 등 대외 부문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 인하 방향성이 이미 외환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본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에 현재 연 3.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하 당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3.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통위 내부 여론 지형이 크게 바뀐 셈이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서 1470원 수준까지 올랐는데 그중 50원가량이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영향이고 20원이 정치적 이유”라며 “다만 국민연금의 달러 헤지 물량, 외환당국의 시장안정화 효과로 인한 하락 효과가 있어 계엄에 따른 환율 상승분은 30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정치 리스크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보통 환율을 3, 4원 바꾸기 위해서도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된다”며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번 정치적인 뉴스가 터지면 20원, 30원 튀어버리면 힘이 빠지고 그다음 조정도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헌법재판소를 통항 정치적 프로세스가 어떻게 자리 잡고 그 사이 우리 경제 정책이 어떻게 운영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환율 상승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물가 걱정은 환율이 1470원대로 올라왔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며 “환율이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예상치(1.9%)보다 0.15%포인트 올라 2.05%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율뿐 아니라 국제 유가가 같이 올라가면 (물가에 미치는) 임팩트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총재는 빠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한 번 더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2월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거 기자간담회’에서도 조기 추경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추경에 관해서 한국은행의 입장은 지금은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졌고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갭도 늘어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통화정책 외에도 추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경 규모에 대해서는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8%)와 잠재성장률(2.0%) 간 격차(0.2%포인트)를 보완할 수 있도록 15조~20조원 규모가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방식의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타깃해서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추경은 일시적으로 경기 순환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타깃팅해서 지원해야 한다”며 “지금 추경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수출은 괜찮은데 자영업자가 어렵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논리이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차별 지원하는 것보다는 자영업자를 타깃해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제기되는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해석된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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