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율 첫 0%대
IPTV 등 기존 미디어 사업에 AI 적용 확대해 활로 모색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각사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각사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한때 통신3사의 핵심 성장동력 역할을 하던 미디어 사업이 성장한계에  봉착하며 현상 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영향력을 확대함에 따라 인터넷(IP)TV의 매출과 가입자 방어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은 미디어 사업 관련 대관 인력을 축소하고 사업의 무게중심으로 인공지능(AI)으로 옮기는 추세다.

16일 통신 및 방송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IPTV 등 전통적인 미디어 사업에서 대관 인력을 줄였다. 이는 케이블TV의 역성정과 IPTV의 가입자 정체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통신3사가 미디어 사업이 예전 같지 않다 보니 미디어 사업 관련 대외협력(CR) 인원을 조정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유료방송 시장이 넷플릭스 등 OTT로 재편되다 보니, 통신사들도 IPTV 등 전통적인 미디어 사업보다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분위기다. 시장 자체가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신3사의 지난해 3분기 실적에도 이런 변화가 뚜렷하다. SK텔레콤의 작년 3분기 미디어 사업 매출은 48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고 IPTV 가입자는 679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케이블TV 가입자는 281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줄었다.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IPTV+케이블TV)는 961만6000명으로,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 분기 대비로는 0.1%로 사실상 제자리걸음 했다.

KT 미디어 사업 매출은 51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 전 분기 대비로는 0.8% 감소했다. IPTV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한 944만명을 기록했다. 별도 실적을 발표한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와 HCN(케이블TV) 역시 합산 가입자수가 1년 전(582만명)보다 0.7% 줄어든 578만명에 그쳤다.

LG유플러스 3분기 IPTV 매출은 33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 IPTV 가입자수는 555만4000명으로 전 분기 대비 0.7%,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별도 실적을 발표한 자회사 LG헬로비전(케이블TV)은 가입자 현황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3분기 TV 매출이 전년보다 0.7%가량 떨어졌다.

통신사의 미디어 사업 성장 둔화는 정부 통계로도 확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말 발표한 ‘2023년 방송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3630만명(회선 기준)으로 전년 대비 불과 약 3000명(증가율 0%)이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증가율이 0%대를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 유료방송 시장이 2009년 IPTV 서비스 도입과 함께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를 주축으로 구성된 뒤 처음이다.

이같은 유료방송의 위기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가 강세를 보이면서 시작됐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현규 KT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이 지난해말 ‘2024 IPTV의 날’ 행사에서 “넷플릭스와 달리 국내 OTT는 같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효율성이 다르고, 글로벌 OTT 영향으로 콘텐츠 제작비는 급격히 올라가는데 국내 OTT 경쟁력은 낮아져 글로벌 OTT만 돈을 버는 구조”라며 “OTT 이용 트렌드를 보면 모바일에서 TV로 옮겨가고 있어 IPTV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통신3사는 전통적인 미디어 사업에서 벗어나 AI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KT가 작년 조직개편을 통해 커스터머부문 산하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를 분리해 ‘미디어부문’을 신설하고, AI 분야 전문가 김채희 전무를 수장으로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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