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 후반대 지속
원화 약세에 금리 인하 제동
美연준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언급도 영향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00%로 동결했다.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환율 변동성에 대한 부담이 지속되자 금리 동결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00%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금통위는 작년 10월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두 달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성장 부진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자 2회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다.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인하와 동결 전망이 팽팽히 맞섰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3~8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60%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동결 전망이 다소 우세했지만 한 달 전보다 동결 의견 비중이 줄고 기준금리 인하 의견이 늘었다. 지난달에는 금리 동결 전망이 83% 수준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 이번 금리 동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이 금리를 내려 한미 양국 간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을 촉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연말 비상계엄 여파로 1480원대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1450원에서 1460원 선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1400원대 후반으로 높은 탓에 3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언급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달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플레이션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경우 한은은 현재 1.5%포인트(상단 기준)인 금리 차를 유지해야 하므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입장이다.
다만 지난해 말 이후 계엄·탄핵 사태까지 겹쳐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가 커진 탓에 다음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