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헌정사상 처음 체포···내란·소환 및 체포 불응이 원인
‘견제와 균형’ 삼권분립 망각···헌법과 법률 무시하고 물리력 동원
탄핵심판에서도 ‘남 탓’ 계속···“법적·정치적 책임” 약속 지켜야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다. 12·3 계엄 선포 이후 43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의 수사기관 체포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내란과 외환의 죄는 예외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에게는 딱한 일이다. 민주공화국의 관점에서도 비극이다. 그러나 모든 일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자초했다.

가깝게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정당한 사유 없이’ 모두 불응했다. 출석 불응이나 불응할 우려만으로도 체포영장은 발부된다. 공수처가 무리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집행했다거나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법 밖에 있거나 법 위에 있지 않다. 봉건국가의 왕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대통령은 이를 위임받은 자에 불과하다.

시야를 확장하면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자도 윤석열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계엄 행정명령은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 행위이자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그 한계가 명확하다. 12·3 계엄 선포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윤 대통령의 망상에서 비롯됐으며, 백번 양보해 국가비상사태라고 하더라도 입법부인 국회를 폐쇄하거나 계엄 해제 요구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헌법상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서만 특별조치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국회해산권은 1987년 9차 개헌으로 사라졌다. 6·25 전쟁 중에도 국회는 열렸다. 실질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12·3계엄을 ‘친위 쿠데타’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천 번 양보해 국가비상사태라는 윤 대통령의 논리를 따라가더라도 이 역시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그는 야당의 국무위원에 대한 잇따른 탄핵 소추와 감액된 예산안 단독 처리를 ‘입법독재’이자 ‘예산폭거’라고 정의했다. 정치적 형용에 불과한 두 사유가 헌법과 법률상 계엄선포의 요건이 될 리 만무하고, 입법부를 설득할 책임과 권한은 행정부 수장인 본인에게 있었다. 설득되지 않는다면 입법부를 견제할 가장 강력한 수단인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족하고, 상황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스스로 국회와 대화를 단절하고 갈등을 키운 것이다.

삼권분립은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기본적인 국가 조직의 원리다. 견제와 균형을 통한 국가권력의 통제를 직시하고 ‘정치력’을 발휘해 대화를 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물리력을 동원해 민주주의 가장 근본적인 룰을 파괴했다. 운동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며 칼을 들고 상대방을 해치고 굴복시키려 한 것과 다름이 없다.

탄핵심판에서도 윤 대통령의 ‘남 탓’은 계속된다. 국회 봉쇄 시도의 근거가 된 포고령을 두고 ‘잘못 베낀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헌재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종전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을 당시 예문을 그대로 베껴온 것이다”는 의견을 냈다. 윤 대통령이 포고령 일부를 수정하는 등 최종 검토했다는 점은 김 전 장관 측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김 전 장관의 실수라고 어물쩍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했고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원을 동원해 무력으로 저지했다. 야당 공격과 지지자 선동으로 분열과 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될 행태다. ‘대한민국 사법 체계가 무너져 개탄스럽다’(체포 전 공개된 대국민 담화 내용 중 일부)는 대통령의 인식이 개탄스럽다. 남 탓은 그만하시라. 모든 일은 윤석열 당신이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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