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된 임원 전원 유임 결정
IPO 책임 임원은 전무로 승진
"실패 외부요인 크다"···조직 사기도 고려한듯

/서울 을지로 케이뱅크 사옥 / 사진=케이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재수에 최종 실패했지만 임원진은 모두 유임하는 ‘안정’을 택했다. 시장의 악재가 겹치면서 상장에 실패해 조직 사기가 땅에 떨어진 것을 고려한 인사로 풀이된다. 다만 케이뱅크가 당분간 상장을 다시 추진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로 임기가 종료된 채병서 감사실장 전무와 차대산 테크실장 상무에게 각각 추가 임기 1년을 부여했다. 채 전무는 4년, 차 상무는 5년 간 케이뱅크 임원 자리를 지키게 됐다. 더불어 김지석 상무가 첫 임원으로 승진하고 퍼스널(Personal)본부의 하위 조직인 리테일(Retail)그룹장을 맡게 됐다. 이에 최우형 행장이 취임하고 난 후 꾸려진 임원진은 올해도 변화 없이 이어진다.  

케이뱅크는 최근 ‘숙원’인 IPO에 실패했지만 조직 쇄신을 선택하진 않은 것이다. 지난해 12월엔 전략실장을 맡던 이준형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킨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무는 케이뱅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전략책임자(CSO) 역할을 맡으며 케이뱅크 IPO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여기에 전략실 하위조직으로 기획그룹을 신설해 정현숙 전 KT 상무를 그룹장으로 선임했다. IPO에 대한 책임이 있는 부서를 오히려 강화한 것이다. 

지난 2023년 IPO 실패 후와 상반된 행보다. 당시 CFO를 맡고 있던 이풍우 전 재무관리본부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본부장은 사내이사도 맡아 위험관리위원도 맡는 등 IPO 성공을 위해 조직 전체를 움직이는 위치에 있었다. 이와 함께 CFO 자리도 없애고 전략 담당 임원이 CFO도 겸직하도록 하는 등 조직을 축소했다.

/자료=케이뱅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케이뱅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케이뱅크는 IPO 실패의 원인을 외부 요인에 있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작년 8월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하면서 10월 말 상장을 목표로 IPO에 재도전했다. 하지만 수요 예측 결과가 당초 공모희망가격의 하단가보다 낮게 나왔다. 이에 케이뱅크는 올해 초에 다시 추진한다고 했으나 비상계엄 사태가 터졌다. 주식시장이 쉽게 회복하지 못하자 케이뱅크는 최종 연기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조직 사기도 고려한 인사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이번 IPO 좌절로 조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 행장이 수요 예측 직전에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흥행을 노렸지만 좌절돼 충격은 더 컸다는 관측이다. 이에 최 행장은 직원 전원에게 격려 메일을 보냈단 후문이다. 

케이뱅크는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조속히 IPO를 추진하겠다 밝혔다. 하지만 전망이 밝진 않다. 우선 금융당국은 올해도 가계대출 규제를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국이 내놓을 규제안은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률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수준인 약 4%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유력하다. 지난해 10%가 넘게 대출자산이 늘었던 케이뱅크 입장에선 성장률이 반토막 아래로 깎이는 것이다. 다른 대출상품으로는 성장을 이루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면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식시장도 당분간은 좋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충격을 받는다. 국내 주식시장도 당분간 부진할 확률이 높다. 더불어 미국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면 국내 주식시장도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금융당국이 지방에 한해선 가게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면서 "케이뱅크는 IPO 재개를 위해 지방 고객을 확보하는 데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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