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공장 주변 오염됐지만 범죄 일시·장소 특정 안 됐다며 무죄
2개월 조업정지 처분 대법원서 확정···2월26일부터 조업정지
시민단체·소액주주 장형진 등 이사 상대 주주대표소송···기일 미정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경북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카드뮴을 낙동강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현직 임원들의 항소심 재판이 오는 20일 본격화한다. 범죄 요건이 구성되는지를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은 오는 20일 오후 2시 환경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강인 전 영풍 대표이사, 박영민 대표이사, 배상윤 석포제련소장 등의 항소심 재판을 시작한다.
피고인들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카드뮴 오염수를 공공수역인 낙동강에 1064회 누출·유출하고 그로 인해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지하수 2770만여ℓ를 오염시킨 혐의를 받는다. 제련소 관리본부장과 토양정화 담당 직원은 서로 공모해 제련소 하부 오염 토양 규모가 약 71만㎥(t)임에도 그 규모를 약 43%인 31만㎥(t)로 관할 지자체에 허위 보고해 축소된 토양오염 정화처분을 받은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됐다.
1심은 석포제련소 주변의 카드뮴 오염 결과가 석포제련소의 조업활동에 기인한 것이라면서도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범죄일람표 각 기재 일시에 카드뮴을 공공수역인 낙동강에 유출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카드뮴이 콘크리트 이중옹벽을 통해 유출됐다고 보기 어렵고, 지하수를 통한 유출 역시 범죄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기 어려워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구체적 범죄사실과 대응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우리 법원은 엄격한 증명의 대상에는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구체적 범죄사실도 포함되며,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일시와 장소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 되므로 엄격한 증명을 통해 그 특정한 대로 범죄사실이 인정돼야 한다는 태도를 갖고 있다.
변호인들 역시 ‘카드뮴 측정 결과가 같은 시점의 피고인들의 카드뮴 유출행위와 대응되는 것이 아니며’ ‘공장 인근에서 카드뮴이 발견됐다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석포제련소의 조업활동에 의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석포제련소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과거의 조업행위로 인한 것’이라는 방어 논리를 세웠다.
검찰은 1심이 사실오인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했다. 사실오인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11개 항소이유 중 법리오해와 양형부당과 함께 대표적인 항소이유다.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칠 때 기재한다. 검찰은 범죄에 대한 구성요건적 평가에서 사실오인이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1심 무죄 판결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석포제련소에 대한 2개월 조업정지 처분 확정판결과 엇갈리며 논란을 낳기도 했다. 환경단체는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유출은 인정하고 임직원들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논리모순이라고 지적한다.
환경부와 경상북도는 지난달 30일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가 최종 확정된 영풍 석포제련소에 1개월(폐수 무단배출)과 30일(무허가 배관 설치)의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오는 2월 26일부터 4월24일까지 58일간 조업이 정지된다. 제품생산과 관계없는 환경관리나 안전관리 활동은 허용된다.
석포제련소의 연간 아연 생산량은 32만5000t 정도로, 세계 6위에 해당한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30%대, 세계시장 점유율은 2%대다. 조업정지 시 아연값 상승까지 예상된다.
한편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는 지난해 11월 카드뮴 유출 사건을 이유로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전현직 이사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상법이 정한 대표소송 절차에 따라 영풍 감사위원회에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했으나, 회사가 거부하자 후속 절차를 진행한 것이다. 이사는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며,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 한 때에는 회사에 손해배상을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최근 피고 측 대리인들의 답변서가 법원에 제출됐으며, 구체적인 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