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유재철 기자]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의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다문화국가를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신간 <다문화, 영화에서 길을 찾다>는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 가질 수밖에 없는 무서움과 불안함에 공감한다.
저자인 고규대 영화평론가(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는 주간지, 월간지, 스포츠지, 경제지를 넘나들며 30여년간 영화, 방송, 음악 등 대중문화와 무용, 미술, 뮤지컬 같은 예술 현장의 길을 누비고 활동해왔다. 그간 인공지능(AI)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다문화, 시니어 등 변화하는 트렌드에 관심을 가져온 고 평론가는 ‘다문화’에 주목했다.
지난 2023년 기준 외국인은 246만명으로 지난 2022년 226만명에 이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국내 총인구 대비 비중 역시 역대 최고치인 4.8%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인종, 다문화국가(총인구의 5% 이상) 진입은 대한민국 원주민의 감소와 다문화 이주민의 증가로 이르면 올해 이뤄질 수 있다. 오는 2030년엔 전체 인구의 10% 가까이가 다문화가족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문화, 영화에서 길을 찾다>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영화, 드라마 콘텐츠를 빌려 다문화사회에 접근했다. 13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미래 생존이 다문화사회에 달려 있는지, 다름은 왜 틀림이 아닌지, 낯설 뿐이지 무서운 것을 아니라는 것을, 더 이상 한민족이 한민족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다문화시대의 민족은 곧 시민이라는 것을,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새롭게 세워야 할 국민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고 평론가는 다문화시대에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즉 어떤 민족이냐, 어떤 피부색이냐, 어떤 나라 출신이냐 하는 것은 공존의 시대에 갖춰야 할 국민 정체성의 조건으로 어울리지 않으며 우리 스스로 긴 세월 확고하게 지녀온 단일 민족 국민 정체성의 껍질을 깨고 연대의 손을 내밀 때 대한민국과 우리 모두의 미래가 굳건해진다는 것이다.
영화 <덕구> 방수인 감독은 “저는 이 영화를 통해, 다문화는 단순히 ‘다름’을 인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다름을 통해 더 넓고 깊은 ‘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면서 “그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의 다문화사회는 아이들이 차별과 편견 없이 살아가는 세상, 이해와 공감으로 연결되는 사회, 그리고 남편의 부재 시에도 스스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다문화의 이야기를 ‘인간’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특정 국적이나 직업군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서 그들을 단순히 희생자나 피해자고 그리는 대신 다양한 삶의 모습을 깊이 이해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조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