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제주 관광 위축 심화···정치불안·여객기참사에 ‘설상가상’
바가지·과잉홍보 악영향, 관광체질 개선 필요···“설연휴 특수 회의적”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대표 국내 여행지인 제주 관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린 호황에 가려졌던 비싼 지역 물가와 내실 없는 과잉 홍보 등 구조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지역을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관광 산업 체질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정국으로 정치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겹치면서 여행, 관광 산업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 우리나라 간판 여행지인 제주지역을 찾는 관광객 감소가 두드러진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추산 지난해 방문객은 1187만명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고, 올해 들어서도 전날까지 누적 방문객은 37만5265명으로 1년 전(45만1688명)보다 16.9% 감소했다.

제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 때에 비해 전반적으로 매출이 좀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최근 계엄, 무안 참사가 났던 그 시점엔 동네 전체적으로 찾는 사람이 적었지만 최근엔 계엄 이전과 별차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제주관광의 경우 상당수 여행사가 지금 최저 실적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선 비정상적으로 시장이 확대된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같은 값으로 일본, 동남아 등 가까운 해외를 갈 수 있어 여행객들이 굳이 제주도로 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팬데믹 시기엔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을 대체할 지역으로 제주가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대체 상품 역할이 사라졌다. 이는 거품이 빠지는 부분이라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은 지역 관광산업의 구조적 문제도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매년 제주 관광을 해왔다는 이 아무개씨는 “거의 10년 이상 해마다 제주를 찾았는데 이젠 그만가도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바가지 문제도 있지만, 이젠 제주에 대한 흥미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변. / 사진=연합뉴스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변. / 사진=연합뉴스

팬데믹 시기 관광객을 상대로 폭리를 취했던 부분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단 분석이다. 최근 가족과 제주 여행을 다녀온 황 아무개씨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끼에 3만원 가까운 밥을 먹어야 하고 카페에 가면 커피 한 잔에 만원씩 받더라”며 “여행을 가는건 저렴하게 색다른 경험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려고 하는건데, 제주는 너무 고물가에 물들어 있단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고물가를 지탱할만한 관광 콘텐츠가 부실한 부분도 주목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제주 관광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인플루언서, 유튜브를 통해 제주도에 대해 홍보를 굉장히 한다. 과대 포장돼 있다”며 “사람들이 그걸 보고 잔뜩 기대감을 갖고 실제 가보면 사진이나 영상과 너무 다르고 가격도 말도 안되게 비싸다”고 지적했다. 

인플루언서를 초빙해 홍보를 하면 단기적으론 도움이 되지만, 그 홍보물에 한두번 속은 사람들은 제주에 대한 불신만 쌓이면서 역효과를 내고 있단 비판이다. 그나마 지난해 국내 유입이 크게 늘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제주 관광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모양새다. 이날 제주에서 손꼽히는 한 유명 카페를 찾은 손님 대다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하지만, 제주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외 경쟁 관광지에 밀려날 수 있단 지적이다. 

최근 각광받는 일본의 소도시가 대표적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다카마스, 마스야마 등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 여행이 유행하면서 제주로 향하는 수요를 대거 가져갔다”며 “항공권, 물가도 싸다. 제주도 물가가 너무 올라서 밥 한끼에 기본 3만원은 내야 하지만, 일본에 가면 1만5000원 정도면 좋은 것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 충격을 받았던 여행 심리는 올해 들어 어느정도 회복됐고, 여행업계 실적 또한 정상 수준으로 개선됐다는 게 대체적인 업계 분석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설 연휴 관련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관광 특수 조짐도 엿보이지만, 제주는 수혜를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억지로 제주로 오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캠페인을 벌인다고 제주 여행이 살아날 것 같지는 않고 가성비가 좋아야 한다”며 “제주는 짧게 갔다올 수 있단 장점이 있다. 2박 3일로 갔다 와도 아쉽지 않은 관광지란 특성이 있다. 과잉 홍보 같은 거품을 빼고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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