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동서울 등 5곳 39~58층 규모 개발···2030년까지 순차 완공
물류 기능 강화, 주거·상업시설 확충···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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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주요 터미널들이 대대적인 개발을 앞두고 있다. 터미널 대부분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해 시설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수년간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고 최근 들어서야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개발이 완료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랜드마크 효과도 누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부트럭터미널, ‘래미안’ 품은 복합단지로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부트럭터미널 도시첨단물류 단지 개발 사업은 올해 건축심의를 거쳐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곳은 양천구 신정동 일대 축구장 16개 규모 대형 물류단지다. 부지 면적이 10만4244.7㎡ 규모로 서울 시내 개발되지 않은 상업용지 중 가장 넓다. 노후화된 물류시설로 인해 지역의 흉물로 인식돼 개발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23년 8월 서울시가 땅 소유주인 서부티엔디가 제출한 ‘서부트럭터미널 개발 사업’을 승인·고시하면서 개발 물꼬가 트였다. 2016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첨단물류 시범단지로 지정된 이후 7년 만이다.

서부트럭터미널 도시첨단물류단지 조감도 / 자료=서울시
서부트럭터미널 도시첨단물류단지 조감도 / 자료=서울시

해당 부지엔 기존 화물자동차 정류장 기능을 유지하면서 아파트와 대형 쇼핑센터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지하 7~지상 25층 규모 주거와 쇼핑·물류 등이 결합된 복합시설이 조성된다. 주거시설로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우티엔디와 삼성물산은 지난달 서부트럭터미널 도시첨단물류 단지 내 주거시설 개발 관련 사업추진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의 합의에 따라 1차로 3만1260㎡ 부지에 최고 25층, 984가구 규모 공동주택이 들어선다.

◇동서울터미널, 서울 두 번째 ‘스타필드’ 들어서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동서울터미널 부지도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동서울터미널은 고속터미널, 남부터미널과 함께 서울시내 3대 버스터미널 중 하나다. 동북권 한강 입지와 강변역을 접하고 있는 요충지로 꼽히지만 30년 넘게 운영되면서 시설 노후와 주변 교통 체증 등으로 다양한 문제를 겪어 왔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서울시는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해당 부지에 대형 쇼핑몰과 오피스, 한강 전망대 등을 갖춘 지하 7층~지상 최고 39층 규모 복합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1조879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3일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며 본격적인 건축 인허가 절차에 돌입했다.

특히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은 민간 사업자로 신세계그룹이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세계동서울피에프브이(신세계프라퍼티 80%, HJ중공업 10%, KDB산업은행·이마트 각 5%)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복합단지엔 이마트 본사와 스타필드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에 스타필드가 들어서는 건 코엑스몰에 이어 두 번째다. 신세계는 터미널을 새단장해 고질적 문제인 교통정체를 해소하고 지역 경쟁력을 살릴 것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동서울터미널 개발 사업기간은 2030년까지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이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 조감도 / 자료=서울시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 조감도 / 자료=서울시

다만 임시터미널 조성 문제가 변수로 꼽힌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동서울터미널 부지 인근에 있는 구의공원 지하에 임시터미널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교통 혼잡으로 주민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와 광진구, 신세계프라퍼티는 구의공원 인근 아파트 입주민과 적절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상봉터미널,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한 상봉터미널도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상봉터미널은 1985년 개장 이래 38년간 서울 동북부에서 핵심 교통허브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철도 개통과 노후도 문제로 이용량이 줄면서 재개발 필요성이 높아졌다. 2022년 건축심의를 마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이곳은 지상 49층, 5개 동, 공동주택 999가구 등 주거시설과 함께 판매·문화·근린생활시설을 포함한 복합시설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상봉터미널의 운영주체였던 신아주그룹이 시행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단지명은 ‘더샾 퍼스트월드 서울’로 800가구가 지난달 분양됐고 최근 당첨자 계양을 진행했다. 또한 상봉터미널 일대는 상봉 7구역, 상봉 9-I구역, 상봉 13구역 등에서 정비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향후 2500여가구 규모 신규 아파트 타운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 광역조감도 / 자료=포스코이앤씨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 광역조감도 / 자료=포스코이앤씨

동대문구 장안동 동부화물터미널 개발 사업도 궤도에 올랐다. 동부화물터미널은 과거 동부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수요가 줄어 사실상 방치돼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시는 2022년 해당 부지를 동북권 지역 발전을 견인할 ‘물류+여가+주거 복합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2023년 8월 ‘동부화물터미널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계획 결정안’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하며 본격화됐다.

동부화물터미널 부지엔 지하 6층~지상 39층, 5개 동 규모 공동주택, 오피스텔, 업무시설, 물류시설 등이 조성된다. 지하엔 물류시설이, 지상엔 주거와 상업시설이 배치된다. 이 중 오피스 건물은 중랑천변 랜드마크 타워로 계획돼 지역의 새로운 상징물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동부화물터미널 개발 사업은 올해 건축허가를 받고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6조8천억’ 양재화물터미널 개발, 올해 착공 목표 

양재화물터미널 부지는 물류·상업·기능을 아우르는 ‘도시첨단물류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은 하림그룹이 2016년 4525억원에 매입 후 개발을 추진해 온 땅이다. 하지만 양재IC 일대 혼잡과 특혜적 과잉 개발 논란을 우려한 서울시에 발목이 잡혔다. 2023년 말 서울시가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 계획안’을 조건부로 통과시키면서 다시 동력을 얻었다. 이어 지난해 2월 서울시의 통합심의를 통과하며 속도가 붙었다.

양재화물터미널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 조감도 / 자료=하림
양재화물터미널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 조감도 / 자료=하림

양재화물터미널은 도시첨단물류단지로 거듭난다. 지난해 2월 서울시의 통합심의를 통과하며 속도가 붙었다.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8만6000㎡ 면적에 지하 8층~지상 58층 규모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호텔, 백화점, 상가 등과 함께 스마트 물류센터를 조성한다.

계획안에 따르면 단지엔 용적률 800%를 적용받아 지하 8층, 지상 58층(220m 이하) 규모 물류시설과 주거·문화시설 등이 들어선다. 지하엔 첨단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물류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지상엔 아파트(4개 동·998가구), 오피스텔(972실), 백화점, 문화시설 등이 다양하게 들어선다. 추정 사업비는 6조8712억원에 달한다. 건축 인허가 이후 올해 착공, 2030년이 목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터미널은 그동안 각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며 “하지만 서울시의 개발 기조 아래 단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노른자 입지인 만큼 각각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지역 주거·상권이 개선되고 교통 불편도 해소될 수 있어 주민들의 기대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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