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2위 거래소와 손잡고 젊은 고객 확보
신한, 코빗과 손잡았지만···영향력 '미미'
법인계좌 허용되면 두 은행 경쟁 치열해질 듯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국민은행이 국내 거래소 2위 빗썸과 손을 잡으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했다. 이에 ‘라이벌’인 KB와 신한이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경쟁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은 빗썸과 함께하는 KB가 앞서겠지만 법인계좌가 허용되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3월 24일부터 빗썸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실시한다. 빗썸은 기존엔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었지만 이번에 제휴은행을 국민은행으로 변경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은행과 계약을 맺고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 계약으로 가상자산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빗썸은 업비트에 이어 거래소 점유율 2위 업체다. 특히 지난해부터 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영업하는 곳이다. 지난해 8월 거래소 간 치열했던 예치금 ‘전쟁’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국민은행이 빗썸과의 계약으로 인해 노리는 점은 젊은 고객 확보다. 대부분 2030세대인 거래소 고객에게 계좌를 발급해주면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할 기회도 얻게 된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KB와 신한이 경쟁을 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일찌감치 거래소 코빗과 계좌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 경쟁은 KB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코빗의 점유율은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영향력이 미미하다. 매년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재무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그간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화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에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법인 계좌를 허용해주면 신한은행의 영향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행되면 기업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기업대출 규모가 두번째로 많다. 지난해엔 기업대출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이 늘렸을 정도로 기업금융 노하우를 가진 곳이다. 코빗이 신한은행의 기업 고객을 상대로 영업하면 점유율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신한은행도 국민은행과 겨뤄볼 수 있는 구도가 마련되는 것이다. 은행은 계약을 맺고 있는 거래소의 법인 고객이 많아지면 수수료이익을 늘릴 수 있다. 우선 실명 계좌를 내주는 대가로 거래소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또 은행이 기대하는 점은 신탁 이익 확대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거래소는 고객이 맡긴 투자 예치금을 제휴 은행과 신탁 계약을 맺고 모두 맡겨야 한다. 은행은 예치금을 운용한 결과 나온 수익을 거래소에 주고 그 대가로 운용수수료를 받는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의 신탁 사업이 침체에 빠져 있기에 은행은 거래소의 기업 고객 유입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은행은 거래소의 법인 고객을 상대로 가상자산 수탁사업(커스터디)도 확장할 수 있다. 커스터디는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현재 시중은행은 모두 가상자산 수탁사업에 뛰어든 상태지만 기업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지 않아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은행은 대규모 커스터디 사업을 통해 비이자이익을 확보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엔 은행들이 자금세탁 문제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꺼렸다”라면서 “하지만 가장자산 제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자금세탁 발생 우려도 줄어들어 은행들은 해당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