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결정 요인 환율·내수 상반된 움직임
“국민연금 헤지 비율 상승에 환율 안정세”
“트럼프 2기 수출기업 악화, 환율 리스크”
“하반기 이후 완화적 통화정책 속도낼 듯”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기준금리 결정 요인으로 꼽히는 환율과 내수가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환율보다 내수 문제가 더 심각해 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단 의견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환율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금리 인하엔 신중을 기해야 한단 반론이 엇갈린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경제 변수들이 복잡해지고 있다. 계엄 및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내수 침체와 환율 불안 우려가 특히, 고조되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내수 부양엔 도움이 되겠지만, 환율은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 통화당국은 어떤 요인이 우리 경제에 더 중요한지 판단해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수의 경우 고물가, 가계부채 등 영향으로 소비 위축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 감소폭은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소비자심리지수의 경우 비상계엄 이후 한 달 만에 12.3포인트 급락했다. 

이에 당국이 금리 인하에 적극 나서야 한단 주장이 제기된다. 내수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단 관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환율은 국민연금 헤지 비율을 높여서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에 기준금리 인하에 큰 걸림돌로 볼 순 없을 것이고 물가는 시차를 두고 상승이 우려된다”며 “그동안 환율이 높아졌지만 내수 침체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금융 부실이 늘어날 수 있고 정치적 혼란으로 경기 침체가 더 심화할 수도 있기에 내수 침체를 더 중요시여겨야 한단 진단이다. 

반면, 최근 요동치는 환율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한 달 만에 50원 넘게 오르며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50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주요 20개국 중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전쟁 중인 러시아 루불화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내수보단 환율 안정이 더 시급하단 의견도 제기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에 부담되는 여러 경제 정책들이 시행되면 수출 기업에 대한 실적 부진 등이 추가로 더 나타날 수도 있다”며 “현재로선 환율 안정에 일단 우선점을 두고 어느정도 안정된 이후 다시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을 이어가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환율이 또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위험성이 있다. 환율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간다면 추가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다시 기름을 붓는 정책 선택은 신중하게 가져가야 한단 지적이다. 

환율과 내수에 더해 미국 신정부 움직임도 우리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금리인하 속도를 다소 늦출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관세 정책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공언한 관세 강화의 정도에 따라 우리나라 성장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위원은 “당장 문제는 되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질 위험성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미국 통화정책이 여러 방향성에서 쉽게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아지고 있고, 환율이 높아져 있는 상태라, 시차를 두고 수입물가에 반영되고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가에 대한 고려도 신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초 올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정도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했으나, 탄핵 등 정치적 상황이 문제가 되고 트럼프 관세정책에 따른 성장률, 수출 영향 부분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정치 불확실성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경제팀은 긴축 중심의 정책을 가져갔지만, 향후 정치적 상황이 정리되면서 등장할 경제팀은 확대 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고 내수 부양에 더 초점을 두게 되면서 금리인하 폭이 더 커질 수 있단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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