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LG가 지분 49.95% 보유···LG CNS 상장하면 지주사 가치 하락
LG "LG엔솔 같은 물적분할 아니다" vs "중복상장 자체가 주주가치 훼손"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LG CNS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3년전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상장처럼 모회사인 지주사 LG의 주주들이 피해받는 상장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LG그룹 측은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LG CNS는 물적분할 후 상장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모회사가 이미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가 상장하는 중복상장 그 자체가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거세지고 있다.
◇ LG엔솔과 다르지만 비슷한 중복상장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 CNS는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다.
LG CNS 희망공모가범위는 5만3700~6만1900원이고 희망공모가기준 공모금액은 1조406억∼1조1994억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5조2027억~5조9972억원에 달하는 IPO대어다.
공모가가 확정되면 오는 21~22일 이틀 동안 일반 투자자를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LG CNS는 1987년 설립된 시스템통합(SI)업체로 삼성 SDS, 옛 SK C&C처럼 그룹 내부의 IT일감을 맡는 한편 외부를 대상으로 시스템을 구축, 운영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조6053억원, 영업이익 4640억원을 냈다.
LG CNS의 최대 주주는 지주사 LG로 49.9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맥쿼리PE(크리스탈코리아)로 지난 2020년 4월 LG CNS 지분 35%를 약 9500억원에 사들였다.
LG CNS가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들어가면서 이번 상장에 반발하는 지주사 LG의 주주들과 자본시장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해 3년 전 상장한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듯이 이번 LG CNS 상장이 중복상장이기에 지주사 LG의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LG그룹 측은 LG에너지솔루션과 LG CNS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현규 LG CN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 CNS는 1987년 미국 EDS와 합작해 설립된 회사로 지주사 LG에서 물적분할된 회사가 아니고 업력이 오래됐기에 중복상장은 안 맞는 것 같다"며 "이번 상장으로 LG 주주들에게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에 대해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원래 LG CNS의 가치가 지주사 LG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분명하기에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른 '물적분할 후 5년 전 상장'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LG CNS 상장 이후에는 LG CNS에 직접 투자하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지주사 LG 주식을 살 이유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 LG그룹 중복상장 문제 없나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로, 일본(4.3%), 대만(3.1%), 중국 (1.9%), 미국(0.3%) 등 다른 나라 대비 월등히 높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복상장이 주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이익이 두 번 집계되기 때문"이라며 "자회사의 가치가 독립적으로 유통시장에서 평가되면 투자자들은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치를 할인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스탠더드는 상장사가 중복상장을 제거해 주주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CNS 상장을 계기로 LG그룹이 유독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에 상장시키는 중복상장에 적극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LG그룹은 지주사 LG의 중요 자회사들을 대부분 상장한 상태다. 지주사 LG의 자회사 중 상장한 회사는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HS애드 등이며 LG CNS도 상장하면 사실상 지주사 LG의 핵심 자회사는 모두 상장사가 된다.
LG그룹은 지주사 LG의 주요 손자회사들도 이미 상장한 상태다. 상장 자회사들과 더불어 중복상장한 손자회사들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로보스타, LG에너지솔루션, LG헬로비전 등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LG CNS 상장으로 그룹 내 모든 주요 자회사들이 상장돼 지주사 LG 주식은 고아 주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지주사 LG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은 약 1조5000억원이므로 자금 여력이 넘치는데 2대주주의 구주매출과 장내매도를 통한 엑시트(자금 회수) 목적 외에 굳이 IPO를 해서 모자회사 중복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유발할 이유가 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