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 속도 느려진다'···불확실성 지속
"트럼프 취임 이후 다시 반등할 것" 전망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비트코인이 이번 주(6~12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내려간 것으로 풀이된다.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비트코인은 당분간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계기로 비트코인은 다시 한 번 급등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12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7분 비트코인은 9만4598달러(약 1억3951만원)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3.63% 하락했다. 지난 주말 9만8000달러 선을 기록하던 비트코인은 7일 10만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8일부터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10일 오후 9만2000달러선도 무너졌다. 이후 소폭 상승해 현재 9만4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힘을 못쓴 이유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8일(현지시각) 공개된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들은 이미 통화정책이 상당히 완화됐다며 점진적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연준 의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및 무역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미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대거 매도할 것이란 전망도 시세 하락을 불러왔다. 미 법무부(DOJ)가 다크웹 '실크로드'에서 압수한 비트코인 6만9370개(약 65억 달러) 매각에 대한 법원의 최종 허가를 득했다는 소식이 나온 것이다. 이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패닉셀(공포에 따른 매도)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앞서 독일 정부가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압류한 비트코인 4조원어치를 지난해 7월 시장에 풀었을 당시 패닉셀이 발생한 바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대규모로 자금이 유출됐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8일(현지시각) 하루에만 미국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에서 5억8000만 달러(약 8469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는 비트코인 ETF 거래를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에 비트코인은 당분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달 열리는 올해 첫 FOMC로 인해 비트코인은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다. 가상자산 분석 업체 10X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기대감이 주도하는 이번 비트코인 랠리는 이달 말 약해질 수 있다"며 "오는 29일(현지시각) FOMC를 앞두고 조정을 받거나 모멘텀이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트럼프의 취임식이 열리는 오는 20일 전후로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공약을 여럿 약속한 바 있다. 이러한 공약이 취임 이후 정책으로 구체화되면 비트코인이 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디지털 금(金)’으로 더욱 각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트레이더들의 콜옵션 순매수는 트럼프가 취임하는 20일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취임식 전후로 가격 상승을 이끌 긍정적 발표나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