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대상·미래에셋증권 등 우량채 모두 흥행
새해 기관 자금 집행 시작하는 연초 효과 영향 분석
수급 우려 제기되는 비우량채도 흥행할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회사채 공모 시장이 이른바 ‘연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가운데 ‘BBB’급 비우량채에도 온기가 전해질지 주목된다. 정치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1분기 역대 최대 회사채 만기 도래, 세제 혜택 종료와 IPO 시장 침체로 인한 하이일드펀드 축소 가능성 등 비우량채에 비우호적인 환경이라는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신용등급 AA)이 1500억원 조달을 위해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조1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2년물 700억원 모집에 79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고 3년물 800억원 모집에 1조3700원의 수요가 형성됐다.
모집 금액의 14배가 넘는 자금이 몰리는 흥행으로 인해 언더 발행에 성공했다. 제시된 금리는 개별 민평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였는데, 2년물과 3년물 각각 -17bp, -22bp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보다 흥행한 수치로 기관 자금이 활발히 집행되는 연초 효과가 더해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모습은 다른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지난 6일 올해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 포스코(AA+)는 총 5000억원 모집에 3조46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아 흥행했다. 2년물과 3년물, 5년물, 7년물 모두 수요가 초과했고 언더 금리 발행에도 성공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당초 계획보다 두 배 많은 1조원으로 증액 발행에 나선다.
식품기업 대상(AA-) 역시 최근 총 1700억원을 모집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3500억원의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2년물 200억원 모집에 2400억원, 3년물 1500억원 모집에 1조1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고, 2년물과 3년물 각각 -8bp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수요예측 흥행에 따라 대상은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검토한다.
올해 초부터 회사채 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이 같은 모습이 비우량채에도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개인 투자자들의 고금리 수요로 인해 비우량채도 흥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는 있지만 부정적인 요인들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우선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정치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인해 발생한 국내 정치의 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하면서 금융시장을 둘러싼 변동성 확대 우려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성향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고금리 매력이 돋보이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는 것이 유리한데, 당장 오는 16일 열리는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동결 가능성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우려 요인이 있다.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역대 최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26조92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35% 증가했다. 이 중 신용등급이 A+ 이하 회사채의 만기 규모는 7조815억원이다.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많아질 수 있어 옥석 가리기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일드펀드의 위축 가능성도 수급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분류된다. 하이일드펀드는 채권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 중 신용등급 ‘BBB’급 이하의 비우량 회사채를 45% 이상 편입하는 상품이다. 비우량채에 자금 유입을 높이기 위해 하이일드펀드에 분리과세 혜택과 공모주 우선 배정의 혜택을 주었는데, 분리과세 혜택이 지난해로 끝이 났다. 여기에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도 IPO 시장 침체로 매력이 반감된 상태다.
이에 곧 수요예측에 돌입하는 비우량채의 수요예측이 주목된다. BBB+급의 한진은 오는 13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1년물과 2년물 각각 300억원으로 총 600억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이 밖에 HL D&I(BBB+)와 두산(BBB)도 각각 710억원, 500억원 규모로 이달 중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