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유치 대신 사업 확장 나서
향후 가구 카테고리 추가 검토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명품 플랫폼 업체 발란이 불확실한 투자 유치로 흔들린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대규모 자금 유치를 기대했던 발란은 성과가 없자 사업 확장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발란은 수익성 개선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뷰티 시장에 진출하며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도약을 모색중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이달 뷰티 시장에 진출한다. ‘발란 뷰티’를 신설하고 유럽, 미국, 아시아 등 현지 부티크에서 제품을 소싱해 제공할 예정이다.
◇ ‘발란 뷰티’로 명품 화장품 시장 공략
발란은 뷰티 시장에서 최저가, 면세점 수준 가격을 내세웠다. 해외직구를 기반으로 해외 유명 면세점과 명품 화장품 전문 유통사와 제휴해 직매입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뷰티는 정품 우려가 많아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발란은 명품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뷰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샤넬, 디올, 에르메스, 딥티크, 이솝 등 100여개 뷰티 브랜드와 약 3000개 상품을 선보인다.
발란 뷰티 사업은 최수연 CSO(최고전략책임자)가 이끌고 있다. 최 CSO는 한국과학기술원을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릿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베인앤컴퍼니와 맥킨지 컨설턴트를 거쳐 지난 2022년 발란에 합류했다.
그는 발란에서 신사업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다. 발란 뷰티를 비롯한 신사업으로 글로벌 진출을 염두하고 있다. 발란은 기존 패션에 한정됐던 명품 사업을 뷰티, 가구 등으로 확장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발란 관계자는 “뷰티 사업 진출로 글로벌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뷰티를 시작으로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럭셔리하게 하자는 발란의 모토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CSO는 한 인터뷰에서 “발란의 비전은 ‘아시아 넘버원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며 “2025년까지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700억원 누적 적자···뷰티가 해결책 될까?
발란은 수년째 적자에 머물러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영업적자가 계속해서 늘어났다. 지난 2023년 손실폭을 개선했지만 누적 적자만 700억원을 넘겼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7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3억원에 불과하다.
그간 발란은 투자금 유치에 적극 나섰다. 발란 누적 투자금은 약 700억원이다. 전략 투자자(SI)로는 네이버, 재무 투자자(FI)로는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BI인베스트먼트, 위벤처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JB자산운용, 신한캐피탈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수백억원대 투자설이 흘러나왔다.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과 리셀 플랫폼 포이즌의 판매 제휴를 요청받아 알리바바 대규모 투자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알리바바 측은 “투자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놨고, 지금까지 추가 투자는 없었다.
발란의 불안정한 재무 상황이 투자 유치 발목을 잡았다. 발란의 외부감사를 맡은 삼도회계법인은 지난 2022년부터 줄곧 ‘계속기업 관련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삼도회계법인은 발란 감사보고서에 “2023년 12월31일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82억원가량 초과하고 있고, 누적결손금은 785억원으로 총부채가 총자산을 77억원 초과하고 있다”면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적었다.
◇ 플랫폼 투자에 등 돌린 투자업계에 투자 유치 불확실
최근 벤처캐피탈(VC) 업계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플랫폼 기업 투자에 보수적이다. 발란은 기업가치를 기존 3분의 1 수준인 1000억원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인기도 시들하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 발란 경쟁사인 머스트잇은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강남 사옥을 매각했다. 캐치패션은 지난해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사업을 종료했다.
VC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은 고가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최근 가품 논란이 잇따르면서 직접 보고 사려는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뷰티는 재고 관리도 용이하고 마진율이 높다는 점에서 발란이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뷰티 시장에 뛰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발란 관계자는 “매출 다변화를 위해 뷰티 카테고리를 추가한 것”이라며 “발란은 사업 초기부터 ‘고객들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럭셔리 제품으로 채우는 것’을 그려왔고 뷰티 역시 사업 모토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뷰티뿐 아니라 럭셔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군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