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건설, 부채비율 640% 업계 최고치
업계 유동비율 악화, 자금난 가중 우려
“올해가 최대 위기···연쇄 부실 가능성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수 중견 건설사가 부채비율 상승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미분양 증가로 자금난이 악화되며 추가 부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미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747.7%)을 제외하고도 다수의 중견 건설사들은 부채비율(자본총계 대비 부채총계 비율)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위험 수준’인 200%를 넘어 ‘잠재적 부실 징후’로 보는 400%를 넘긴 건설사도 적지 않았다.
금호건설은 부채비율이 640.5%로 업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동아건설(428.7%)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2023년 말 260.2% 대비 9개월 만에 2.5배 가까이 뛴 것이다. 코오롱글로벌도 부채비율이 559.6%로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HJ중공업(498%), 두산건설(338%), SGC이앤씨(308.9%), 효성중공업(284.7%) 등도 업계 평균(111.43%)을 크게 웃돌았다.
부채비율이 급등한 건 주택 경기 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8644가구로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 특히 비수도권이 1만4802가구로 전체의 79.4%를 차지했다. 지방 사업장이 많은 중견 건설사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미분양이 쌓이면 분양대금 회수가 지연되는데 이미 투입된 공사비와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용은 계속 발생하면서 부채 부담이 커지게 된다.
유동성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금호건설(94.9%), HJ중공업(70.2%), HL디앤아이한라(82.4%) 등은 유동비율(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 비율)이 100%를 밑돌았다. 이는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상환해야 할 부채가 더 많다는 의미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150~200%가 적정 수준으로 평가된다.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유동성마저 부족하다는 점은 자금난 가중을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신동아건설은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와 ‘의정부역 파밀리에 Ⅱ’ 등 주요 프로젝트에서 청약 미달과 미분양 문제가 발생하며 현금 유입이 크게 부족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자금난이 심화되며 이달 초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28.7%까지 치솟았다.
건설사 부도는 지난해부터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는 29곳으로 전년(13곳)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지방 업체가 전체 부도의 85%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 4곳, 경남 3곳, 광주·경북·충남·전북 각각 2곳 등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건설업계에 최대 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탄핵정국 장기화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도 커지고 있어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부채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자금시장마저 경색되며 차입 비용도 상승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유동비율까지 낮을 경우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단기간 내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자금력이 취약한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연쇄 부실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