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선고기일 취소 이례적···대리인들도 사유 몰라
비상장주식 평가 방법 쟁점···1심에선 LG일가 패소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100억원 대 상속세 불복 소송 항소심 결론이 다시 미뤄졌다.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가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한 것으로 파악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심준보·김종호·이승한)는 오늘 14일 구 회장과 모친 김영식 여사, 두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씨가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처처분소송 항소심 선고를 취소하고 변론을 재개했다. 쟁점이 많지 않았던 사건이고 지난달 10일, 이달 14일 총 두 차례 선고를 미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변론 재개를 명령한 것으로, 양측 대리인들 모두 구체적인 사유를 알지 못한다는 전언이다. 구 회장과 세 모녀는 서울서부지법에서 상속재산 재분할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이 소송은 세무당국을 상대로 함께 소송 중이다. 다만 대리인은 별도로 선임해 각각 주장을 펼치고 있다. 차회 변론기일은 3월14일로 지정됐다.
세금소송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비상장주식(LG CNS) 평가 방법이 쟁점이다.
앞서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선대회장은 2018년 숨지며 약 2조 원의 상속재산을 남겼다. 상속재산에는 비상장주식인 LG CNS의 주식 97만2600주도 포함돼 있었는데, 구 회장 등은 이 주식을 1주당 ‘1만5666원’으로 평가해 2018년 11월27일 용산세무서에 상속세 총 9423억1769만5190원을 신고·납부했다. 상증세법 시행령에서 시가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적용할 수 있게 규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액수였다.
그러나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재산평가심의위원회(심의위)를 열어 LG CNS의 주가를 주당 ‘2만9200원’으로 평가했다. LG일가의 보충적 평가방법을 부정하는 대신 2018년 5월2일 소액주주끼리 체결(2524주)한 사례(매매사례가액, 이 사건 거래)를 기준으로 삼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속재산의 평가에 있어서 시장성이 적은 비상장주식의 경우에도 그에 관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해야 하고, 시행령에서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해서 평가해서는 안된다.
결과를 넘겨받은 용산세무서는 최대주주 30% 할증을 더해 이 사건 주식을 1주당 3만7960원(2만9200*130%)으로 평가하고 2020년 11월1일 구 회장 등에게 상속세 126억6458만2560원을 경정·고지했다.
LG일가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조세심판원은 가산세 18억원을 제외한 108억원을 LG CNS 상속세로 결정했다. LG일가는 불복해 2020년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세무당국의 매매사례가액 평가법이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거래가액은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서 이 사건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다”며 “이 사건 거래가액을 시가로 인정해 이 사건 주식의 가액을 산정한 것은 적법하다.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LG CNS는 LG그룹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다. 지난달 5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2월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 추진 중이다. 총 공모주식은 1937만여주이며, 주당 희망공모가액은 5만3700원에서 6만1900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 기업공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