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법률정책 분야 편중돼 선진국 흐름과 역행
관료 비중 가장 큰 곳 ‘신세계’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들의 관료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료 출신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은 삼성이었다.
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30대 그룹 계열사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237개 기업 사외이사 856명의 출신 이력과 역량 비중을 2023년과 2024년 비교 분석한 결과 관료 출신 비중이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출신은 특히 법률·정책 분야에 편중돼 최근 주요 선진국 상장기업들이 이사회 역량지표(BSM, Board Skill Matrix)를 도입해 이사진 다양성을 강화하는 추세와 대조를 보였다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중 가장 큰 비중은 검찰 출신으로 2023년 36명(17.9%)에서 1년 만에 12명 증가한 48명(21.0%)이 됐다. 다음은 국세청 출신으로 28명(13.9%)에서 41명(17.9%)로 4.9%p 증가했다.
전직 판사인 사법부 출신들도 25명(12.4%)에서 4명 늘어나 12.7%(29명)를 차지했다. 이어 기획재정부 출신 16명(7.0%),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 각각 9명(3.9%)으로 파악됐다.
특히 관료 출신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그룹은 삼성이었다. 지난해 신규 사외이사 19명 중 13명을 관료 출신으로 선임하며 삼성 내 관료 출신 비중은 30.5%에서 46%로 늘었다. 이에 따라 삼성의 16개 계열사 사외이사 63명 중 28명(44.4%)이 법률·정책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영입하는 등 최근 몇년 새 고위 관료출신들을 영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반도체 전문가들로 사외이사를 채운 TSMC와 비교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관료 출신 비중 자체가 가장 높은 곳은 신세계였다. 사외이사 23명 중 17명(국세청 관세청 7명, 검찰 3명, 감사원 2명, 공정거래위원회 2명, 기타 3명) 등 관료 출신 비중이 73.9%로 가장 높았다. 대부분 법률 및 정책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
CJ그룹은 57.7%로 그 뒤를 이었다. 26명의 사외이사들 중 15명이 관료 출신으로 이들 역시 주로 법률 및 정책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평가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30대 그룹 계열사에 소속된 사외이사들의 주요 경력을 △학계 △관료 △재계 △법조 △세무회계 △정계 △공공기관 △언론 △정계 △기타로 분류해 진행했다. BSM을 발표한 기업은 기업경영, 금융투자, 재무·회계, 법률·정책, 기술, 마케팅, ESG 등 8개 분야에 대해 각사가 공시한 선임 배경을 기준으로 했으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개인 이력을 바탕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사외이사의 선임 배경을 공시한 기업은 178개였으며,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기업은 59개(32.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