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감소로 기대감 커지지만 ‘아파트 대체제’ 한계 뚜렷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비수도권 오피스텔 미분양이 늘고 있다. 전국 상당수 지역의 아파트 값이 하락곡선을 그리는 분위기 탓에 아파트 대체제 역할을 하는 오피스텔 공급에는 수요층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영향이다.
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약 한달 전인 지난해 12월 부산 범일동에서 공급된 e편한세상 범일 국제금융시티 오피스텔은 총 224세대가 공급됐으나 접수건수는 16건에 그쳤다. 전체 공급물량의 93% 가량이 미분양된 셈이다. 특히 청약 이후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잔여세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시기 인천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동인천 베이프런트 오피스텔도 사정은 비슷하다. 88세대가 공급됐는데 25명이 청약접수를 하면서 공급물량의 대부분은 잔여 세대로 남게 됐다.
이보다 앞서 청약일정이 진행된 강원도 원주 더테라스 바이 레드우즈파크 오피스텔은 전체 640실 모두에 테라스 공급에 피트니스센터, 스크린골프, 회의실, 스포츠 멀티플렉스까지 갖춘 대규모 랜드마크 오피스텔 건립을 계획했지만 청약자수는 640세대 중 단 한 명에 그쳤다.
다만 더테라스바이레드우즈파크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청약홈을 거치지 않고 청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청약홈에서의 경쟁률이 낮아 보일 뿐”이라며 “실제 640호실 가운데 30% 이상 분양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당 사업장은 단지 내 대규모 근린생활시설과 최첨단 방송 제작 스튜디오가 함께 들어서는 신개념 복합문화상업시설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네이버에 이어 두 번째로 소프트웨어진흥시설 예비지정을 받은 새로운 시도를 한 최첨단 오피스텔이다. 보통의 지방 미분양 오피스텔들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충북 청주에서 공급된 테크노폴리스 힐데스하임더원 오피스텔은 2.32대 1의 경쟁률을 내며 미달은 면했지만, 해당 시공사가 동일한 지역에 공급한 힐데스하임더원 아파트 경쟁률은 77대 1인 점에 견주어보면 턱없이 낮은 수치라는 평가다.
오피스텔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만 하더라도 전국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67.1대 1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2023년에는 8대 1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 1월~10의 청약경쟁률은 14.1대 1로 소폭 오른 듯 하지만 서울 지역을 제외하면 의미 없는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급도 대폭 줄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 10만4410실에 달하던 전국 오피스텔 준공실적은 2022년 7만4400실에 이어 지난해에는 5만~6만 호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가격 상승폭이 제한적이어서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세간의 인식으로 인해 수요층 운집이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처럼 시세가 오르지도 않고 추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도 쉽지 않아 노후화 등 감가상각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주택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들며 세제혜택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8 공급 대책을 통해 오피스텔과 빌라(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에 대해 세금 산정시 주택수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는 소형 주택 중 전용면적 60㎡ 이하 등의 조건이 따른다.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낮고 최근에는 전세사기에 대한 여전한 불안감 때문에 전세 수요도 적다”며 “문제는 오피스텔 개발을 계획한 시행사 뿐 아니라, 신용보강을 위해 자금을 보충하거나 책임준공을 약속한 건설사들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의 오피스텔은 대형건설사보단 중견서들의 주 무대이기 때문에 중견사까지 위험할 수 있다. 오피스텔 수요 진작을 위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