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츠, 배당수익률 7~8% 내세우지만 사실상 투자자 기만
1%대 초저금리로 대출 받고 수익률 7% 홍보로 투자자 유치
리파이낸싱하자 내년 배당금은 390원에서 230원으로 급감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국내 리츠 시장이 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돌파했다며 기념식을 열고 유공자에 대한 표창을 수여했다는 뉴스를 보고 기가 차는 동시에 춘향전의 한 시조가 떠올랐다.
金樽美酒(금준미주)는 千人血(천인혈)이요 玉盤佳肴(옥반가효)는 萬姓膏(만성고)라. 燭淚落時(촉루낙시) 民淚落(민루낙)이요, 歌聲高處(가성고처) 怨聲高(원성고)라.
금 술독에 가득 찬 맛 좋은 술은 민중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진귀한 음식은 만백성의 살이라, 촛농이 떨어질 때마다 민초의 눈물이요,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드높도다 라는 시조다.
현재 국내 상장 리츠 투자자들은 대부분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국내 상장 리츠 24개 가운데 현재 주가가 공모가(5000원) 이상인 곳은 신한알파리츠 단 한 곳뿐이다. 투자자들 가운데 은퇴자금을 넣은 사람들도 많다. 그들을 대상으로 리츠 투자를 집중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노년을 기대했지만 현재 대부분 고통을 겪고 있다.
왜 이럴까? 우리나라 상장 리츠는 제도상 큰 허점이 있다. 레버리지 한도가 66.7%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 리츠는 평균 차입 비율이 30%대에 불과하다. 대부분 고정금리고 평균 대출만기가 8년이다. 그래서 리파이낸싱에 따른 배당금 변동이 사실상 드물다.
하지만 국내 상장 리츠는 그렇지 않다. 레버리지 한도가 66.7%까지 가능하고 대부분 이를 꽉 채워 상장했기에 사실상 3배짜리 레버리지 부동산 투자상품이다. 대출만기도 길어야 5년이다. 보통 3년이고 대부분 변동금리다.
문제는 국내 상장 리츠 대부분이 2019년부터 2022년초 사이에, 그러니까 대출금리가 초저금리인 시절에 레버리지 한도 66.7%까지 꽉 채워 상장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만기가 다가오니까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배당금이 급감하는 깡통리츠들이 속출하게 됐다. 국내 상장 리츠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유상증자를 통해 깡통리츠 전락 사실을 숨기기에 바빴다.
국내 상장 리츠들이 상장할 당시에는 연 6~7% 배당수익률을 강조했다. 투자 대상이 되는 부동산은 대부분 우량한 임차인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냉정하게 말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에 가까웠다. 부동산은 안정적인 투자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건물을 비싸게 매입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최대한 일으켜서 수익률을 다시 6~7%대로 맞춰놓는다면 이건 한시적인 투자상품일 뿐이다. 대출만기가 끝나고 리파이낸싱으로 대출금리가 정상화되면 수익률이 급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 리츠 운용사들이나 판매사들은 리츠는 '안정적' 상품이고 임차인도 장기계약이 되어 있다는 점만 강조했다. 투자자들에게 6~7% 배당수익률의 실상은 초저금리 대출을 낀 뻥튀기 수익률이고 금리가 다시 정상화되면 배당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숨기기에 바빴다. 투자유의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펀드로 치자면 명백한 불완전판매에 해당했다.
지금도 국내 상장 리츠들은 리파이낸싱이 진행되면 대출금리에 따라 배당이 얼마나 감소할 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투자자들에게 숨기고 있다. 하지만 한두 곳씩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만 봐도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를 기초자산으로 2020년 상장 당시 1.05% 고정금리에 약 1조원을 빌렸다. 상장 당시 공모가는 5000원이기에 연 배당금 380~390원을 강조하면서 7년 평균 8% 내외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차인이 벨기에 정부라 걱정이 없는 투자상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출만기가 돌아오자 새로 받은 대출의 금리는 고정금리 4.398%로 변경됐다. 기존 1%대 대출이 4% 후반대 금리로 바뀌면서 내년 10월부터는 배당금이 연간 390원에서 230원으로 감소한다. 상장 당시 투자자들은 이렇게 될 가능성을 알고 있었을까?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대출한도인 66.6%를 꽉 채우지 않고 50% 수준에서 상장했기에 그나마 양반이었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나 KB스타리츠처럼 현지 담보비율 유지 때문에 현지에서 임대료를 다 가져올 수 없게 된 해외 부동산 리츠부터 유상증자로 계열사 건물을 비싸게 매입해 자금지원에 나선 대기업 스폰서 리츠까지 국내 상장 리츠들의 행태는 정말 다양했다.
하지만 리츠업계는 반성의 목소리나 자정 의지 등은 보이지 않고 리츠 주가 하락의 원인을 우리나라 유상증자 제도 탓으로 돌리고 있다. 모럴 헤저드가 리츠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현재 국내 상장 리츠는 국토교통부가 관리하고 있다. 이 점이 각종 로비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고 있는 근본적 이유다. 국내 상장 리츠도 이제 금융감독원이 감독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정상화 및 투자자 보호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