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 하루만 한투운용이 ETF 점유율 3위 역전
KB운용 파킹ETF에서 수천억 인출···다음날 채워지며 3위 복귀
4위 추락 충격에 KB운용 김찬영 ETF 사업본부장은 사임 의사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ETF 3위 자리를 놓고 KB자산운용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27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B자산운용을 제치고 처음으로 ETF 시장점유율 3위에 등극했다.
다음날 다시 KB자산운용이 3위를 되찾았으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3위 등극은 단 하루에 그쳤지만 4위 추락 충격에 KB자산운용 ETF 사업본부장이 사의를 표하는 일도 벌어졌다.
KB자산운용의 4위 추락은 KB자산운용의 초단기채권 ETF, 이른바 파킹통장 ETF에서 수천억원의 자금이 유출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연말을 앞두고 연금 자금 등에서 리밸런싱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일시적 자금이탈이 KB자산운용의 4위 추락이라는 결과를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 단 하루지만 충격 컸던 4위 추락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B자산운용을 제치고 ETF 시장점유율 3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27일 단 하루에 불과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26일만 하더라도 ETF 순자산총액이 13조3812억원을 기록하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 13조1530억원)보다 2282억원가량 많았다.
하지만 다음날인 12월 27일 KB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2552억원이 급감한 13조1260억원으로 줄었고 13조1991억원을 기록한 한국투자신탁운용에 3위 역전을 허용했다. 12월 27일 KB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7.58%,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시장점유율은 7.62%로 시장점유율 차이는 단 0.04%p였다.
다음 거래일인 12월 30일 KB자산운용 ETF 순자산총액은 13조5643억원으로 4383억원 늘어났고 다시 3위 자리를 되찾았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순자산총액 격차는 이전처럼 약 3000억원수준으로 벌어졌다.
KB자산운용으로서는 12월 27일 단 하루만 한국투자신탁운용에 3위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4위 추락이라는 충격파에 김찬영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이 사의를 표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김 본부장은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을 맡다가 지난해초 KB자산운용으로 영입됐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7월 KB자산운용 ETF브랜드를 기존 ‘KBSTAR’에서 ‘RISE’로 변경하고 배우 임시완을 모델로 발탁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주식 ETF를 집중적으로 출시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쏠리면서 3위 추격을 막지 못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초 4%대 후반에서 현재 7%대 중반까지 올라온 상태다.
◇ 파킹 ETF 자금 유출···연말 리밸런싱이 배경?
일자별로 ETF 종목별 순자산총액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27일 KB자산운용의 4위 추락은 파킹통장형 ETF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KB자산운용은 그동안 ETF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파킹통장형 ETF에 힘을 실었다. 파킹통장형 ETF의 경우 금융그룹 계열사들의 유휴자금을 유치하면 순자산총액을 늘리기 쉽기 때문이다. 채권형 ETF 역시 기관 대상 영업을 통해 순자산총액을 늘릴 수 있다.
KB자산운용 ETF 가운데 최대 순자산총액 ETF는 2023년 5월 9일 상장한 RISE 머니마켓액티브 ETF로 순자산총액이 전날 기준 2조1922억원이다. 지난해 3월 26일 출시한 RISE CD금리액티브(합성) ETF 역시 순자산총액이 834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7일 KB자산운용의 RISE 머니마켓액티브 ETF에서는 하루에만 무려 1426억원의 순자산총액이 감소했다. 같은 날 RISE CD금리액티브(합성) ETF에서도 990억원, RISE 단기통안채 ETF에서도 1094억원 규모의 순자산총액이 감소했다. 세 ETF에서만 하루에 순자산총액이 3510억원 감소한 것이다.
다음 거래일인 12월 30일에는 RISE 머니마켓액티브 ETF에 3450억원, RISE CD금리액티브(합성) ETF에 2497억원이 유입됐고 KB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제치고 3위로 복귀했다.
일각에서는 12월 27일 파킹통장형 ETF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출한 것을 놓고 연말을 앞두고 연금 자금 등에서 대규모 리밸런싱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KB자산운용이 시장점유율 3위 수성을 위해 파킹통장형 ETF에 힘을 실었지만 리밸런싱 변수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KB자산운용이 이 같은 변수를 예측해 미리 대응했다면 단 하루라도 3위 역전을 원천 봉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