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권 인정 기준 강화 판결 잇따라
방배6구역에 이어 신반포2차도 아파트 조합원 승소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노후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조합원이 재건축 과정에서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는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른바 ‘썩상(썩은상가)’ 투자는 소액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고수들 전략으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 법원이 상가 소유주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인정하는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 서울 강남구 일원동 A아파트, 성동구 옥수동 B아파트 등의 단지내 상가등은 소액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 일부가 제기한 산정비율 정관 총회결의 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신반포 2차 소송 핵심 쟁점은 상가 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받을 자격을 판단하는 산정 방식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아파트 내 상가 조합원 새 아파트 소유 자격 여부는 권리가액과 산정비율로 결정된다. 상가의 권리가액이 새 아파트 최소분양가에 산정비율을 곱한 값보다 크면 아파트를 제공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현금청산하는 방식이다.
신반포2차 조합은 2022년 정기총회에서 상가 조합원의 산정비율을 1에서 0.1로 대폭 낮췄다. 이 안건은 조합원 54.7%의 동의를 얻어 통과했다. 예를 들어 상가 조합원의 권리가액이 5억원이고 새로 지어질 신축 아파트 중 최소평형의 최저(예정) 분양가가 10억원이라면 필요한 산정 기준이 1억원으로 크게 완화된 셈이다.
재건축 단지는 산정비율을 1로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같은 조건에서 산정비율이 1억이면 상가의 권리가액이 10억원 이상이 돼야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단지 조합은 이 비율을 0.1로 대폭 내렸다.
상대적으로 상가 조합원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반발을 최소화하고 동의율을 얻어내 사업의 속도를 내는 차원이었다. 상가소유주의 경우 영업이익이나 경제활동 터전을 떠나야 하는 등의 문제, 임대수익 손실 등의 이유로 재건축을 반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일부 아파트 조합원은 산정비율 정관이 적법하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얻어 결정하는 게 맞다며 아파트 조합원 측 손을 들어줬다.
이 단지는 래미안 원베일리 옆 한강변에 길게 접한 부지로 재건축 후 원베일리를 넘는 신반포 대장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지난달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이번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에 대해 조합원 전원의 동의 없이는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분양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법원이 잇따라 재건축 단지 내 상가 소유주에 대한 아파트 공급 문턱을 높이는 판결을 내리면서 단지 내 노후 상가 투자 방식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사업성이 갈수록 악화되는데, 상가 조합원에게까지 아파트를 넉넉히 분양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상가 조합원에 대한 아파트 분양을 과도하게 강력히 제한하면 해당 단지들 뿐 아니라 사업 초기 단계인 상가 소유자의 동의를 받기 어려워 다수 정비사업장의 사업 추진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