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 원인 조류 충돌 지적···가덕도 등 신공항 추진지 새떼 리스크
풀숲 등 서식 환경 제거 거론, 근본 해결엔 한계···정부, 보완책 마련 움직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무안국제공항 참사를 계기로 새떼로 인한 항공기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덕도, 새만금 등 건립 추진 중인 신공항 상당수가 철새도래지 등 조류 출몰이 잦은 지역이라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건립지 선정 자체에 문제가 있어 근본적 대책엔 한계가 있단 비판과 함께 풀숲 제거 등 조류들이 자발적으로 공항 주변을 떠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단 조언을 내놓는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안공항에서 착륙 중인 여객기가 활주로 외벽에 충돌해 170여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당국은 사고 분석에 나선 가운데 주 원인 중 하나로 조류충돌이 거론된다. 사고 당시 관제탑은 사고 여객기에 새떼를 주의하라는 경고를 보냈고, 약 2분 뒤 기장은 조난 긴급신호를 보내며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를 외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무안공항 인근은 철새도래지로 새떼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다. 무안군에선 매년 1만3000여마리 가량의 겨울 철새가 관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무안공항은 국내 공항 중 항공기 조류 충돌 발생률이 가장 높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14개 공항 중 항공기 조류 충돌 발생률을 보면 무안공항는 0.09%로 가장 높다. 김해공항은 0.03%, 김포공항은 0.018%, 제주공항은 0.013% 수준이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새가 많은 곳을 뜨거나 내릴 때는 항공기 운항자들도 긴장하며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이어 “랜딩 라이트 등 외부 라이트를 통상 고도보다 더 높은 곳까지 켜거나 하강시 더 미리 키는 식으로 새들이 빛을 보고 피하게 하는 정도의 조작은 할 수 있다”며 “새가 활동하는 지역이 보고되면 그 지역을 피하거나 좀 더 기다린 뒤 이륙하는 등 수동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철새도래지 등 조류 출몰이 잦은 지역의 공항에 대한 안전을 재점검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공항은 사방이 트인 곳에 지어야 하는 조건상 대부분 새들이 쉬거나 먹이를 찾기 좋은 바다나 강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기존 공항 뿐 아니라 신공항 입지 대부분이 새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공항은 부산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신공항, 서산공항, 백령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등 8곳이다. 이중 가덕도신공항은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와 약 7~8km 정도 거리에 있고, 새만금신공항은 갯벌 위에 조성돼 철새 이동 경로와 겹친다. 제주 제2공항도 용지 주변에 다수 철새도래지가 있어 입지 타당성 조사 당시 조류 충돌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울릉공항과 흑산공항은 섬에 조성되는 특성상 조류가 출몰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애당초 신공항 입지 선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분야 전문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자체가 정치적 부분이 많이 고려된 결정이다. 입지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바닷가 면에 있어 새떼 등 안전상 점검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돈을 들인다고 해법을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조류 퇴치 인력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다. 공항 주변 전체가 조류 활동 지역이면 관리인력이 넓은 곳을 커버할 수 없다. 애초 활주로를 세우면 안되는 곳에 세웠기에 대응엔 한계가 있단 지적이다.
김 원장은 “철새도래지를 없앨 순 없고 우회가 방법이 될 순 있겠지만 이것 또한 쉽진 않다”며 “새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서식할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풀숲이나 새들이 좋아하는 풀의 높이를 줄여주는 등 공항 주변 새가 서식하기 좋아하는 환경을 제거해주는 게 일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신공항 추진 관련 조류 문제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겠단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측은 “신공항 사업 관련 조류 충돌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고 보완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