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부담과 경기 침체 이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직격탄
카드사별 희망퇴진 진행 및 채용 규모 축소 등 인건비 절감
혜택 좋은 알짜카드 대거 단종 통해 선제적 대응 주력
긴축과 생존이 경영 전략···안정적 자금 조달 및 대손비용·리스크 관리 집중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업황 악화에 시름 중인 카드업계가 올해도 총체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비용 부담과 경기 침체, 비우호적 영업환경에 이어 지난해 말 결정된 금융당국의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긴축 경영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드사별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거나 채용 규모를 축소하는 등 인건비 절감과 함께 혜택이 좋은 알짜카드를 대거 단종시키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올해 경영 악화에 대비해 몸집 줄이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최근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지난달 초부터 희망퇴직 희망자 접수를 시작해 62명 규모의 희망퇴직자를 확정했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1968년도부터 1974년생이다. 신한카드는 이번 희망퇴직자에게 기본 퇴직금 외에 월 평균 임금의 24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소정의 자녀 학자금과 전직 지원금 등을 지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도 현재 희망퇴직 시행에 대한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채용도 덩달아 위축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카드사들은 경력직 위주의 수시 채용 외에는 신입 공개 채용을 진행하지 않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잇따른 카드사들의 인력 감축 행보는 업황 악화 등 악재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올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가맹점수수료 추가 인하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발표한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통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공식화했다. 이번 개편안을 살펴보면 연 매출 3억원 이하 사업자의 가맹점 수수료가 0.50%에서 0.40%로 낮아지는 것을 비롯, ▲연 매출 3억~5억원 1.10%→1.00% ▲연 매출 5억~10억원 1.25%→1.15% ▲연 매출 10억~30억원 1.50%→1.45%로 각각 인하된다.
이에 약 304만6000개 카드 가맹점은 평균 8.7%, 약 178만6000개의 영세·중소 PG하위사업자는 평균 9.3%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 이번 인하된 수수료율은 다음달 14일부터 적용된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 이후 18년 연속 인하되고 있다.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업계에서는 약 3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카드사들의 선제적인 대응은 알짜카드 정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업카드사를 중심으로 상품 유지 비용 부담이 큰 기존 상품 정리에도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자로 롯데카드는 신용카드 9종 발급을 중단했다. 하나카드는 지난 11월 말 카드상품 6종에 대한 신규발급 중단과 57종에 대한 갱신발급 중단 공지를 냈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 등도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일부상품에 대한 판매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로 알짜카드 단종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까지 고금리 시기에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자 일제히 긴축 경영 기조를 이어왔다.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내부 인력 감축과 알짜카드 중단에 나섰고 이는 가뜩이나 불황으로 소비 침체가 심해진 시장에 소비자 유입량 감소와 신용판매 축소 등을 불러왔다.
올해 역시 경영 키워드를 '긴축' '생존' 등으로 설정하고 공격적 사업 확대 등 보다 안정적인 자금 조달, 대손비용·리스크 관리 등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격적인 영업 확대보다는 실적 개선 전환점을 찾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자금 조달, 대손비용·리스크 관리, 디마케팅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라며 "투자보다는 실적 방어가 목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