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기준 14개 기업 1월 수요예측 진행···역대 1월 중 최다
지난해 말 일정 밀린 IPO 다수···분위기 반전 성공할지 관심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공모금액 내건 LG CNS도 1월 출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이 새해를 맞은 가운데 1월부터 분주한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한파를 피해 해를 넘긴 IPO가 다수 상장 채비에 나선 영향으로, 올해 최대어인 LG CNS의 흥행 여부를 포함해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가 해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4개(스팩 제외)의 기업이 이번 달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이는 1월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이다. 한 해 결산으로 분주한 1월은 전통적인 IPO 시장의 비수기로 여겨졌으나, 최근 수년 동안에는 이 같은 경계가 옅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IPO가 이달 몰린 것은 시장 상황이 좋아서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말 국내 증시 침체에 IPO 시장도 얼어붙었다. 지난해 4분기 공모주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등락률은 30곳 중 10곳이 마이너스였을 정도였다. 이에 일정을 미룬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났고 올해 초 일정이 빡빡해진 결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냉랭해진 분위기가 풀릴지를 관전 포인트로 꼽고 있다. 특히 일정을 미루거나 미뤄진 IPO들의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정 변경이 이른바 ‘신의 한 수’가 될지, 패착이 될지 갈리기 때문이다.
우선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미트박스글로벌이 새해 첫 수요예측 주자로 나선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지난해 11월 수요예측 부진에 공모를 철회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몸값을 낮춰 재도전하는 것이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이날부터 이달 8일까지 5거래일 동안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인슈어테크(보험+테크) 기업 아이지넷도 일정 변경으로 1월에 수요예측에 나서는 IPO다. 아이지넷은 주관사가 상장을 추천하는 방식인 사업모델 특례 트랙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사업모델 특례 제도는 주관사의 부담이 커 시장에서 찾기 쉽지 않다. 당초 지난해 12월 초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밀렸다.
바이오 대어로 꼽히는 오름테라퓨틱도 재도전에 나선다. 오름테라퓨틱은 ADC(항체약물접합체)와 TPD(표적단백질분해) 기술을 융합한 DAC(항체-분해약물접합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상장을 추진하다 시장 악화 탓에 공모를 철회했다. 오름테라퓨틱도 공모가를 종전 3만∼3만6000원에서 2만4000∼3만원으로 낮춰 상장에 나선다.
지난해 11월 기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던 한방 및 미용 의료기기 전문기업 동방메디컬도 이달 16~22일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 지난해 말 수요예측을 진행하려 했던 성인교육 콘텐츠업체 데이원컴퍼니, 자동차용 변압기 업체인 모티브링크도 각각 1월 6~10일, 1월 31일~2월 6일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LG CNS의 흥행 여부도 시장 참여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LG CNS는 희망 공모가 밴드(5만3700원~6만1900원) 상단 기준 공모금액만 1조1994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5조9972억원 수준이다. 이는 2022년 1월 10조원을 끌어모으며 사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규모다.
그동안 IPO 대어들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흥행에 따라 시장 분위기를 좌우해왔다. LG CNS도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IPO로 평가된다. 다만 LG CNS의 IPO는 2대 주주인 맥쿼리PE의 자금 회수 의도도 섞여 있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은 딜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IPO 목적이 성장 발판보다는 구주주의 자금 회수면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낮아진다.
이번 달 IPO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나올만한 악재들은 나왔다는 인식이 공유될 경우 국내 증시나 IPO 시장 분위기는 지난해 말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직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언제든 증시를 출렁이게 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중 취임한다는 점은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