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부담 2000억원 넘어, 대출 규모 전년比 47%↑···10~12월 중 일시 차입 이례적
[시사저널e=이상구 기자] 정부가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170조원 넘는 돈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세수 부족이 원인으로 파악돼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한 해 동안 한은에서 173조원을 일시 차입했다. 지난해 말 누적 대출 규모는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이다. 종전 최대인 2023년 117조 6000억원에 비해 47% 급증한 규모다.
연간 누적 대출은 2019년 36조 5072억원에서 2020년 102조 913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1년 7조 6130억원, 2022년 34조 200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2023년 117조 6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 173조원을 빌렸다가 172조원을 상환, 아직 갚지 않은 잔액도 1조원 남겨둔 상태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0월 10차례에 걸쳐 총 15조 4000억원을 빌린 데 이어 지난달 30일과 31일 각 2조 5000억원씩 이틀간 총 5조원을 추가로 빌렸다.
전례와 비교하면 10~12월 중 일시 차입은 이례적 상황이다. 그만큼 정부의 세수 부족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2092억원에 달한 것으로 산출됐다. 2023년 연간 이자액 1506억원을 크게 초과한 금액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단, 일시 대출 이자율은 지난해 1분기 3.623%에서 2분기 3.563%, 3분기 3.543%, 4분기 3.302%로 점차 하락했다.
참고로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꾸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놓고 수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결국 정부가 ‘한은 마이너스 통장’을 많이 사용할수록 돈을 쓸 곳에 비해 걷은 세금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차입금이 기조적으로 쓰이지 않도록 정부와 논의하고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이후로도 기조적 일시 차입 흐름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