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고물가 여파 내수부진 여전···성장 견인 수출도 불안 조짐
연말 계엄사태에 정책 리더십 실종 우려···적극적 재정정책 필요성 제기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올해 우리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내수부진에 시달렸다. 보호무역을 표방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면서 성장을 이끌던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고, 연말 비상계엄, 탄핵정국으로 정책 리더십이 실종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당시 시장에 푼 막대한 자금은 엔데믹 이후 강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지만, 올해 들어선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연초 3%대에서 시작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11월 3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11월 누계 상승률은 2.3%로 전년 동기(3.6%) 대비 1.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고물가의 파장은 컸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불가피하게 올린 금리는 저금리시기 늘어난 가계부채와 맞물려 소비 여력을 떨어뜨렸다. 물가가 오르는 데 더해 은행에 낼 이자까지 늘어나면서 쓸 돈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수의 또 다른 축인 건설경기도 침체의 늪에 빠졌다. 자재비,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난데다 최근엔 철근, 콘크리트 등 수입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주는 환율까지 흔들리고 있다. 올해 건설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1분기엔 1.6% 증가했으나, 2분기엔 0.5% 줄며 하락반전했고 3분기엔 5.7% 감소하며 위축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올해 11월까지 부도 건설업체는 27곳으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수 위축에도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며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증가와 19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선전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역대 11월 중 최대 실적인 125억 달러를 수출했다. 다만, 최근 들어 이상 조짐이 보인다. 올해 중반까지 두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지만 11월엔 1.4%까지 떨어졌다.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다음달 출범하는 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고강도 관세폭탄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곤 하지만, 우리나라 또한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커 다 출범으로 통상압력이 커질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연말엔 계엄사태, 탄핵정국이란 대형 악재가 터졌다. 연말 특수를 앞두고 소비심리를 급속히 냉각시킨데 더해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금융시장 불안, 투자 감소 등 경제 전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환율 불안이 두드러진다. 10월초 13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원달러환율은 이달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상승세를 지속, 최근엔 15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현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인 3역을 담당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어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동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수부진이 계속되고 수출도 둔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경기가 본격적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단 진단이 나온다. 올해 1분기 1.3%의 깜짝 실적을 올렸던 경제성장률은 2분기 –0.2%, 3분기 0.1%에 그쳤다. 주요 기관이 2% 중후반까지 예상했던 성장률 전망치는 2%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탄핵정국에 다른 정책 컨트롤타워 공백을 최소화하고,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정책을 강화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고, 금리는 올해는 많이 올리지 않았지만, 여전히 높은 추세다보니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를 할 돈이 없어졌다”며 “최근에 계엄사태가 터졌고, 그 이전에도 미중 갈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다 보니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게 되면서 내수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재정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고 감세를 하다보니 내수를 일으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쓰는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