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감소···주요 면세점 매출 급감
올 3분기 누적 적자···신세계 대표만 유임

/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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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트렌드가 바뀌며 일명 ‘올·무·다(올리브영·무신사·다이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부 국가는 한국 여행을 경고했고 면세점 큰손인 중국 단체관광객들의 감소, 고환율 등이 겹치며 면세점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업황도 암울한 가운데 면세점들은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외국인 이용객 수는 75만9937명으로 전월(90만2730명) 대비 16%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액은 1.3% 줄어든 5조4204억달러(약 8000조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관광객 축소···면세점 매출 급감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의 쇼핑 흐름이 바뀌고 있다. 과거엔 단체 관광객들이 주를 이뤘다면 개별 관광객들로 바뀌었고 계엄령 사태로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는 한국 여행을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이 이어져 면세점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는 지난 3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면세점 4사는 모두 매출 하락세를 맞았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3조800억원이었고 신라면세점은 2조9337억원, 신세계면세점 1조9165억원, 현대면세점 9978억원 등이었다. 올 3분기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각각 460억원, 387억원, 162억원, 80억원 등 적자를 냈다.

주요 면세점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주요 면세점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문제는 면세점 업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면세점은 정부로부터 특허를 받아 운영한다. 매출의 일정액을 특허수수료로 낸다. 매출이 많을수록 수수료율이 높아진다. 이는 과거 면세점이 일명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이익을 많이 내자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취지였다. 다만 현재 면세점들은 매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특허수수료를 내는 것 자체를 버거워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대통령 권한대행)은 최근 “면세 주류의 2병 제한을 없애고 2ℓ 이하와 400달러 미만에서 제한 없이 들여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부진한 면세점 업황을 고려해 특허수수료율을 50%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면세점 업계가 요구한 특허수수료 70~80% 인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내년 4월 납부분부터 면세업계의 특허수수료는 연간 약 400억언에서 2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비용 절감이 이뤄져 수익성 개선엔 영향이 미치곘지만 면세점 업황 회복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신라·현대免 수장 교체로 전략 재편

롯데·신라·현대면세점은 정기 임원 인사에서 수장을 교체했다. 면세점 업황이 더디고, 고환율로 내년 업황도 어두워지자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 분위기 쇄신에 나서겠단 의도다.

우선 롯데면세점은 신임 대표에 김동하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을 선임했다. 김 대표는 1997년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에 입사해 27년간 롯데에 몸 담아온 정통 롯데맨이다. 그는 롯데정책본부, 롯데슈퍼 등을 거쳐 경영혁신·전략수립·재무를 맡았다.

왼쪽부터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김준환 호텔신라 면세 부문장 대표,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 이재실 현대면세점 대표. / 사진=각 사
왼쪽부터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김준환 호텔신라 면세 부문장 대표,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 이재실 현대면세점 대표. / 사진=각 사

롯데면세점은 국내외 비효율 점포를 철수시키는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시내·공항면세점 7곳과 해외 면세점 13곳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 국내 시내면세점 중 최대 규모인 롯데월드타워점의 매장 규모를 35%가량 축소했다. 지난해 10월 오픈한 홍보관 나우인명동도 철수를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롯데면세점은 부산점과 제주 시내면세점 등 정리를 유력시하고 있다. 해외 면세점 중에서도 경영 상태가 부실한 점포의 철수를 검토 중이다. 또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이후 8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또 임원 수를 조정하고 급여 20% 삭감, 조직 간소화, 업무추진비삭감 등 조치를 위한 만큼, 업계 안팍에선 새 대표 체제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호텔신라는 최근 인사를 통해 김준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면세 부문장으로 선임했다. 면세점 수장 교체는 지난 2021년 김태호 부문장 선임 이후 3년 만이다. 김 신임 부문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지난 2014년 호텔신라 경영지원실 재무그룹장으로 합류해 면세부문 재무그룹장을 거쳐 2018년부터 면세부문 경영지원팀장을 역힘했다.

현대면세점은 이재실 대표 자리에 박장서 신임 대표를 앉혔다. 기존 순혈주의를 깬 외부 인사다. 박 대표는 롯데·신라 등 주요 면세점을 거친 인물로, 면세점 경험을 앞세워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진출 등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는 개별 관광객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1~11월 K-패션 구매 고객이 전년 대비 104% 증가한 만큼 기존 브랜드 강화, 신규 브랜드 발굴에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들은 국내외 수요 부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시내점 및 공항점의 외형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으며 공항점의 정규 매장 오픈이 지속돼 임차료 부담으로 수익성 부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 임차료 감면 효과는 반갑긴 하지만 제2여객터미널 확장에 따른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국 경기 반등에 따른 수요 개선으로 면세점 업황 자체가 턴어라운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 내수 부양책 강도가 강해지는 가운데 그 온기가 면세점 업황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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