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동 1500가구 건립 계획, 성남시가 제동
이주 핵심 축인 상대원2구역 재개발도 중단 기로
“이주 대책 해결 못 하면 분당 재건축 차질 불가피”

분당신도시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분당신도시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분당 재건축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정부와 지자체 간 이주대책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데다 이주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됐던 주변 정비사업마저 중단되면서 사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 “야탑동 1500가구 신규 공급” vs 성남시 “일방적 주장, 재검토 요구”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분당에선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주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77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2028·2029년 국토부가 예상하는 분당 내 이주수요는 1만2700가구인 반면 가용 물량은 8600가구뿐이다. 정부는 이주용 주택을 짓거나 기존 정비사업과 공공주택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으로 나머지 이주수요를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성남시가 국토부의 이주대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성남시는 지난 27일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이주수요 해소를 위해 야탑동에 계획 중인 1500가구 건립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주민 반대가 심한 데다 이주용 주택 조성 계획을 지방자치단체와 상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국토부는 야탑동 중앙도서관 인근 축구장(7130㎡) 4개 크기와 맞먹는 3만㎡ 부지에 이주수요를 위한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7700가구 중 1500가구가 이곳에 공급될 예정이다. 2029년까지 공급하면 이주수요 일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성남시는 일방적인 주택 공급으로 교통난 가중 등 주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아울러 야탑동이 아니라 시 외곽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이주용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 계획은 주택 공급 규모 등 제반 여건에 대한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된 사항이다”며 “야탑동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공급 계획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 역시 29일부터 야탑역에서 천막시위를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성남시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국토부는 “정상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성남시에 공문을 보내 “야탑동 주택 공급계획은 성남시와 이미 사전 협의가 이뤄졌다”며 “사전협의 없이 발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야탑동 일원은 2025년에 선정되는 정비사업 물량의 이주에 대한 입주 물량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계획됐다”며 “성남시가 주택 공급 취소를 원한다면 법에 따라 성남시가 직접 이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대권2구역 ‘교회 알박기’에 중단···“2027년 착공·2030년 입주 불투명”

설상가상으로 이주수요 흡수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5090가구)이 교회의 ‘알박기’로 중단 위기에 놓였다. 재개발 사업은 현재 이주율 99%, 철거 공정률 80%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회가 감정가(70억원대)의 2배가 넘는 보상금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조합이 해당 교회를 상대로 한 명도소송에서 승소했지만 구청이 교회의 철거동의서를 요구하면서 사업이 답보 상태다. 결국 시공사인 DL이앤씨는 지난 18일 철거장비와 인력을 철수했다. 조합이 교회 측과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어 공사 재개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상대원2구역은 2027년 분당 선도지구 이주수요를 흡수할 주변 지역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지역 공사가 중단될 경우 이후 분당 일대 전셋값 상승 등 이주 대란을 부추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가 발표한 이주수요 흡수 계획에 따르면 상대원2구역(5000가구)을 비롯해 도환중1구역(2000가구), 과천 주암(2400가구), 느티마을3구역(800가구) 등이 포함됐다.

이주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목표로 한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향후 분당 재건축 과정에서 전세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주 수요가 몰릴 경우 전셋값 상승은 물론 일부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와 성남시가 이주 단지 확보를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분당 재건축 사업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며 “아울러 이주 대란이 현실화될 경우 전세난을 넘어 신축 아파트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분당 일대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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