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필리핀 수출 좌절···'가격경쟁력' 탓
이라크 첫 해외 수출···글로벌 진출 가속화 전망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육군에 납품한 수리온 의무후송전용헬기. /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육군에 납품한 수리온 의무후송전용헬기. /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최근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KUH) 첫 수출에 성공하면서 당초 목표인 ‘300대 수출 달성’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제서야 수리온 2대를 수출해 내년까지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랙 레코드를 쌓은 만큼 아랍에미레트(UAE)·베트남 등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 등과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 전력화 12년 만 수출 무대 첫 데뷔

“2023년 300대 수출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방위사업청은 2010년대 초반 수리온 개발이 완료된 뒤 이 같은 수출 전망치를 발표한 바 있다. 수리온은 2006년 방위사업청 의뢰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KAI 등이 73개월간 개발해 2012년 육군에 실전 배치된 한국형 기동헬기다. 당시 KAI 측은 수리온이 회사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전력화 12년이 지난 뒤에도 수리온의 수출 실적은 ‘제로’였다. KAI 측은 300대 수출 계획 달성 시점을 2년 뒤인 2025년으로 재설정했지만,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8년 초 필리핀 정부와 수리온 수출 협상을 벌여왔으나, ‘가격경쟁력’이 발목을 잡았다. 수리온 한 대 가격은 250억원 안팎인데 필리핀 측에서 책정한 예산으로는 10대를 살 수 있는 수준이었다. 록히드마틴의 자회사 시코르스키 측에서 블랙호크를 같은 가격에 16대 공급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최종적으로 수출이 무산됐다.

6년 뒤인 지난 23일 KAI는 수리온 첫 수출 소식을 알렸다. 이라크 정부는 약 1357억원을 들여 수리온 2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2010년 12월 최초 양산에 착수한 지 약 14년 만이다.

앞서 이라크 육군 항공사령관인 사미르 자키 후세인 알말리키 중장이 지난 3월 방한했고 수리온을 직접 탑승하면서 수리온 수출이 가시화됐다. 이라크 측은 “특수 소방용 항공기를 도입하는 계약”이라며 “조종사, 정비 기술자 등을 교육해 주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강구영(오른쪽 네번째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응우옌 찌 중 베트남 기획투자부(MPI)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지난해 6월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업무협약(MOU) 체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강구영(오른쪽 네번째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응우옌 찌 중 베트남 기획투자부(MPI)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지난해 6월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업무협약(MOU) 체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 2025년 수출국은?···UAE·베트남 기대

올해가 수리온 수출의 원년이라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수출 낭보가 전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300여대의 수리온이 국내에서 군·관용 헬기로 운용되고 있고, 약 12년의 전력화 과정을 거치면서 운용 실적과 기술력을 모두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이라크 수출 실적이 중동 지역서 ‘글로벌 광고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육군의 수리온 운용 실적을 보면 세계적인 기동헬기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서 “이번 이라크 수출 실적을 통해 세계적으로 수리온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입증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수리온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UAE는 해상 활동용 기동헬기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내년 중으로 UAE와 KAI 간 계약 체결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AE 수리온 수출은 빠르면 올 3분기 내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종 단계에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수리온 수출 계약 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군 현대화 작업을 추진하는 베트남도 수리온의 잠재적 고객이다. 베트남은 그간 군 무기의 대부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자 러시아산 무기 구매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KAI는 지난해 베트남 항공우주 업체 VTX와 헬기 사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현지 진출 발판을 마련해 뒀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은 국내 300여 대 군·관용 헬기의 안정적인 운용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최근 해외 고객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면서 “이번 수출을 계기로 글로벌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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