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중소가맹점 연간 카드수수료 3000억원 인하
카드사 본업 수익 직격탄···카드론 비중 확대로 만회 관측
카드론 잔액 급증 추세···연체율 상승 따른 건전성 우려 제기
"새해에도 수익성 방어 위해 카드론 확대 영업 전략 지속할지 고민 필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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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 경감을 위해 내년 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1%포인트 인하하기로 하면서 카드사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실상 0% 수준인 카드 수수료율을 더 낮춰 본업 수익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이를 만회하고자 전략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큰 카드론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카드론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연체율 상승에 따른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향후 전략을 두고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감독규정 개정을 거쳐 내년 2월 14일부터 가맹점수수료 인하 개편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가맹점별로 최소 2억원에서 최대 20억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절감하는 내용의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은 연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의 경우 0.1%포인트(0.5~1.25%→0.4~1.15%), 10억~30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은 0.05%포인트(1.5%→1.45%) 인하된다. 체크카드 우대 수수료율은 모든 영세·중소 가맹점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0.1%포인트(0.25~1.25%→0.15~1.15%) 내린다.

예를 들어 매출이 4억원인 가맹점은 연 40만원, 9억원인 곳은 90만원, 20억원인 업체는 120만원의 수수료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용카드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체크카드 매출 비중이 20%인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

금융위원회의 적격비용 산정 결과에 따르면 이번 수수료율 인하 조치로 총 약 305만개에 달하는 영세·중소 가맹점이 연간 3000억원 상당의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반대로 카드사 입장에서는 그 만큼 순익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카드사와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승인·정산비용, 마케팅비용 등을 반영해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적격비용)을 재산출하고 있다. 카드사 측에서 적격비용에 대한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하면 이를 바탕으로 당국이 우대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재까지 가맹점 수수료율이 오른 적은 한 번도 없다. 결과적으로 수수료율의 지속적인 인하로 카드사 핵심 수익인 신용판매 부문 타격이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상황이 이런 만큼 카드사들이 생존을 위해 전략적으로 대출 상품 판매를 확대해 수익 창출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인 카드사 대출 상품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이다. 실제 신용판매 부진 속에서도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 대출 실적을 크게 올리면서 수익성을 만회하고 있다.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9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10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220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전 9월 말(41조6869억원) 대비 5333억원 늘어난 것으로 기존 역대 최대규모였던 지난 8월말(41조8310억원)을 넘어선 사상 최고액이다.

문제는 이처럼 수익 보전을 위해 늘어난 카드론으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론은 다른 금융사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대신 심사 등의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 당장 쓸 돈이 부족한 서민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은행 같은 제1금융권이나 제2금융권인 상호금융사·저축은행 등에 돈을 빌리지 못할 경우 마지막에 카드론을 많이 이용한다.

실제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상승하는 추세다. 업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2.1%)과 비교해 올해 9월 말(2.45%) 0.35%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이 낮은 편인 현대카드도 지난해 9월 말(0.99%)까지는 유일하게 1% 미만의 연체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9월 말(1.03%)에는 1%를 넘어섰다.

가뜩이나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 가능성이 큰 대출 상품을 늘리고 있다 보니 카드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대출 상품 판매 확대가 중요하지만 건전성 관리 부담 역시 커지는 것을 생각하면 향후 전략 결정에 있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면 결국 연체율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건전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올해 수익성 방어를 위해 카드론을 늘려왔는데 새해에도 이런 영업 기조를 지속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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