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5억원 이하 비아파트 1채 소유자 무주택자로 인정
비아파트 활성화 후속대책으로 시행
무주택 기간 가점 최대로 32점까지 인정받으며 청약 당첨점수 인플레 심화 전망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부의 비아파트 활성화 후속대책이 시행되면서 청약가점을 충실하게 쌓아온 예비청약자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세 7억~8억원대 빌라 보유자가 단숨에 최대 32점인 무주택 기간 청약 가점을 추가로 인정받으면서 청약 당첨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게 우려돼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비(非)아파트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전에는 전용면적 60㎡ 이하, 공시가격 1억6000만원 이하(지방은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인 빌라, 단독주택 소유자만 청약 때 무주택자로 간주됐지만 이번 개정 규칙에 따라 앞으로는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5억원 이하(지방은 3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1채 소유한 사람은 무주택자로 인정받는다. 이번 정책은 아파트에 집중된 주택시장을 다양화하고 안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18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아파트 단지부터 적용된다.
시장에서는 빌라 보유자의 무주택 인정범위가 확대되면서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일단 정부의 기대대로 빌라사기 이후 침체된 비아파트 시장이 일부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빌라사기로 인해 비아파트 거래가 침체되면서 올해 1~10월 비아파트 누계 매매 거래량은 12만6000건으로 작년(18만8000건)보다 33%나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평균 거래량이 24만9000건인 점에 견주어보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11월과 12월 거래량도 연중 최저치일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인기가 줄다 보니 사업주들의 움직임도 위축됐다.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올해 10월까지 2만9000가구에 그쳤다. 작년 착공 물량(7만3000가구)의 40% 수준에 불과하고 10년 평균치(11만5000가구)에 비하면 25%에 불과한 수준이다. 빌라시장을 비롯한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균형 있게 조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1주택자이던 이들이 무주택자로 인정되고 갑자기 가점이 높아지면서 청약 당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공시가격 5억원이면 실거래가 7억~8억원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거래된 연립‧다세대 중 8억원을 초과하는 거래는 5% 미만으로 대부분의 빌라 1채 소유주는 무주택에 해당돼 최대 32점인 무주택 기간 청약 가점을 추가로 인정받게 된다. 청약 고점자들이 대거 증가하며 아파트 청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는 것이다.
40대 무주택자인 직장인 A씨는 “빌라 시장을 활성화하고 부동산 부문을 균형 있게 조정하려는 의도로 마련됐다지만, 이미 과열된 청약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고, 그동안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온 사람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가뜩이나 내년부터 공급물량이 줄어 당첨가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빌라를 보유한 1주택자들의 무주택 인정으로 당첨 가점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청약통장을 보유해도 당첨되기란 바늘구멍을 수준으로 어려워 해지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2660만93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월인 지난 10월(2671만9542명)보다 11만명 급감한 수준으로, 지난달 가입자 감소 폭은 작년 1월(15만5000명) 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2022년 6월(2859만9279명) 이후 29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