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바이오=돈 먹는 하마?···투자 매력도 '뚝'
2021년부터 국내 바이오 투자 비중 하락 전환
투심 악화, 바이오 IPO 줄줄이 몸값 낮추기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최근 바이오 투심 악화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장사뿐만 아니라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주요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재정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겹악재까지 맞물리면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에 대한 시선은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은 8844억원으로 전년(1조 1058억원)대비 23.1% 줄었다. 2021년(1조 6670억원) 바이오 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신규 투자액은 52.7% 감소했다. 민간 투자액이 가장 많았던 2021년에도 제약바이오 투자 비중은 하락세로 전환했는데, 2018년부터 올해까지 바이오·의료 투자 비중은 16.3~16.4%로 쭉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바이오벤처의 기업공개(IPO) 역시 2022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바이오벤처의 IPO 건수는 2020년 3분기, 2021년 1분기에 30건 이상 이뤄졌다. 이후 2022년 2분기부터 5건 미만으로 줄었다. 2021년에는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가 임상 1상 이전에 있던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IPO 시도한 반면, 최근에는 기업들의 84%가 임상 2상이나 그 이후의 개발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바이오 업종 투심 악화는 이전에 상장한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관리 종목 지정, 상장 폐지 등 투자자들의 피해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 됐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상장 유지 조건 미달 이슈는 매년 화두에 오르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이란 기술성과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에게 수익성 요건을 완화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시장 가치가 재조명 받으면서 투자 매력도가 급격히 상승한 바 있다. 그러나 기술특례상장 시 부여되는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이 끝난 뒤 상장 유지 조건을 채우지 못한 기업들이 속출하자, 투자자들의 바이오 기업 가치 평가는 다시 보수적인 시각으로 바뀌고 있다.
이달만해도 온코크로스, 온코닉테라퓨틱스, 듀켐바이오가 모두 공모가를 낮춰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연내 IPO를 추진해왔던 오름테라퓨틱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을 철회하고 내년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을 주업으로 삼는 바이오 벤처가 3~5년 안에 한국거래소가 요구하는 매출액, 손익 조건을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상 신약후보물질이 임상 1상에서 2상 단계까지 개발을 이어가는데 한 파이프라인당 수십억에서 수백억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이 기간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을 단행하던가, 민간 투자 유치를 받아야만 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 일각에서 상장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전임상~임상 1상 단계에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파트너사에 싼 값에 넘길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바이오 기업마다 신약 개발을 통해 재무적 성과를 내기까지 구사하는 전략은 다양하다. 초기 임상 단계에서 다 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지속 가능한 매출처 확보에 집중하는 기업이 있는가 반면, 임상 2상 단계까지 직접 주도해 빅딜을 노리는 기업도 있다.
관건은 기업들의 매출 확대와 손익 달성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투자자에게 달렸다는 점이다. 유한양행, 알테오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 대장주 위주로 투심이 쏠리는 것은 업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태도가 리스크 기피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투자자들의 바이오산업 이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각 치료제에 대한 시장 현황, 투자 가치를 꼼꼼히 따져보는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물론 기업들도 파이프라인 가치를 부풀리거나 허황된 목표치를 내세워 시장을 현혹시켜서는 안된다. 증시 입성 후 파이프라인 개발에 변수가 될 요인들을 명확히 계산해 투자 유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기업의 미래 잠재력만 놓고 어필하기보다 현시점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을 필두로 투자자들을 설득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