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영감의 물결

리빙 브랜드 헤이HAY의 디자이너 스테판 숄텐Stefan Scholten과 핀란드 디자인 하우스 마리메꼬Marimekk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레베카 베이Rebekka Bay. 과감하면서 단순하고,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그들의 비전과 철학에 대해 질문했다.

 

스테판 숄텐 Stefan Scholten

© Studio Stefan Scholten, photo by Hilde Harshagen
© Studio Stefan Scholten, photo by Hilde Harshagen

네덜란드 디자이너 스테판숄텐@studiostefanscholten은 1995년 디자인 아카데미 에인트호번을 졸업한 뒤, 2000년 캐럴 바이어스 Carole Baijings와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 숄텐&바잉스Scholten & Baijings를 설립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헤이와 협업해 출시한 카펫, 꽃병, 틸트 탑 테이블 등은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패싯 캐비닛Facet Cabinet을 공개했다. 과감한 색상과 미니멀한 디자인은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헤이를 비롯해 삼성, 말하람, 카펠리니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협업하며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있다.

브랜드 헤이 HAY 와 꾸준히 협업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헤이의 창업자인 롤프 헤이Rolf Hay가 약 14년 전 처음으로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했어요. 당시 헤이는 지금처럼 큰 회사가 아니었는데, 제게 브랜드의 미래와 추후 계획, 아이디어를 설명하며 모험을 떠나자고 설득해서 함께 일하게 되었죠. 헤이가 성장함과 동시에 저 역시 디자이너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수건과 카펫, 의자 등을 선보이며 디자인뿐만 아니라 색과 재료의 활용에도 과감한 시도를 했어요. 특히 제품에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가구업계에서는 색을 사용하는 것이 생소한 일이었죠. 대부분 나무를 사용했으니까요. 헤이는 처음으로 다양한 색을 사용하기 시작한 브랜드 중 하나였고, 그것은 매우 혁신적이었습니다.

브랜드와 함께 작업하는 과정은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것과는 다른가요?
다른 점이 많습니다. 브랜드와 일하다 보면 다양한 요구를 받기 때문에 창의성을 잃을 위험이 있는데, 디자이너는 항상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오직 브랜드를 위한 작업만 하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에요. 저는 ‘아틀리에Atelier’라고 부르는 작업 방식을 사용해요. 우선 자유롭게 디자인한 후, 대중이나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죠. 중요한 점은 최종 디자인 제품에서 제 초기 스케치가 잘 드러나는 것입니다. 제작 과정에서 마케팅이나 다른 이유로 중간에 누군가 개입해서 방향성이 틀어지면 저는 무조건 작업을 멈추어요. 수년에 걸쳐 이 방법을 터득했죠.

제품을 디자인할 때 제일 우선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스튜디오에서 팀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모든 프로젝트를 항상 스케치부터 시작하죠. 제가 원하는 것이 명확할 때는 아주 정밀한 스케치로 시작하기도 하고, 때로는 한 페이지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표현하기도 해요. 제 팀원들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항상 “언제 스케치를 전달해 줄 거냐”고 묻죠. 때론 약간의 압박을 받기도 하는데, 스트레스라고 할 정도는 아니에요(웃음). 팀원들은 이 스케치로부터 작업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같은 콘셉트 안에서도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해요.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디자이너로서 내가 사고 싶지 않거나 집에 두고 싶지 않은 것은 좋은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나 혼자만 좋아하는 제품도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 HAY
© HAY

최근 헤이에서 신제품 패싯 캐비닛을 공개했어요. 제품에서 주목할 점이 무엇인가요?
조금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캐비닛의 가장 큰 특징은 ‘사이’에 있는 물건들을 보관하는 데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타월이나 유리 제품처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물건들을 말이죠. 오늘날의 주거 형태에 맞게디자인한 제품이기도 해요. 요즘은 수납공간 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문을 열어 안에 물건을 수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이드 테이블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바퀴가 달려서 이동도 편리하고요. 사실, 제 스튜디오에서 꼭 필요했던 아이템이었어요. 그 필요성에서 디자인을 시작했죠(웃음). 또한 PCR ABS라는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것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스튜디오에서 마이 인테리어My Interior라는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저를 위해 스스로 공부하며 진행하는 작업이죠. 인테리어의 모든 부분을 디자인해요. 바닥 카펫, 테이블, 의자, 조명까지도요.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서 굉장히 행복해요. 자동차와 가전제품에도 관심이 많아요. 사람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지속 가능성, 에너지 절약 같은 요소를 고려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싶어요.

 

 

레베카 베이 Rebekka Bay

© Marimekko
© Marimekko

레베카 베이는 글로벌 브랜드인 갭, 브룬스바자, 코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창의성과 상업성을 성공적으로 결합해 왔다. 2020년부터는 마리메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해 브랜드 영역 확장의 기회를 탐색하며, 마리메꼬가 쌓아온 유산과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디자인과 협업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다.

마리메꼬의 ‘우니꼬 Unikko’ 패턴이 어느덧 60주년을 맞이했죠. 오랜 기간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지금까지 가장 사랑받아 온 우니꼬패턴은 마리메꼬에게 기쁨과 창의성을 상징해요. 마리메꼬의 그래픽 프린트가 지닌 변함없는 가치를 보여주죠. 디자이너 마이자 이솔라Maija Isola가 꽃을 추상적으로 해석해 디자인한 이 패턴은, 1960년대의 로맨틱한 꽃무늬와는 대조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어요. 직관적이고 대담하면서도 유쾌하며, 티셔츠에 큼직하게 사용하든, 드레스에 작게 반복적으로 배치하든 모든 형태와 크기에 유연하게 적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에요. 최근에 공개한 첫 번째 데님 컬렉션 ‘마리데님Maridenim’ 에서는 우니꼬 패턴을 데님에 새롭게 선보였죠. 아카이브 프린트를 활용한 좋은 사례예요. 오는 2025년 프리-스프링 컬렉션에서는 마리메꼬의 디자이너였던 후지오 이시모토의 자카라Jäkälä 패턴을 적용할 예정이에요.

마리메꼬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데, 국가별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나요?
모든 나라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죠. 마리메꼬는 일관성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매장이 위치한 도시의 개성과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현지와 소통하고자 노력해요. 예를 들어, 설날을 기념하는 한정 컬렉션이나 벚꽃 시즌을 위한 제품, 아시아 전용 라인 등이 있는데요. 색상과 프린트, 크기 등에서 차별화를 하며 지역 특색을 반영하고 있어요.

이케아, 아디다스와 같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인상 깊었어요.
우리의 모든 협업은 독창적이에요. 마리메꼬와 가치관을 공유하고, 우리의 디자인과 협력사의 전문성을 결합할 수 있는 상호 보완적인 분야의 브랜드를 선택해요. 이러한 컬래버레이션은 마리메꼬의 디자인 철학을 전 세계 고객과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어주죠. 마리메꼬는 함께하는 힘을 믿어요.

© Marimekko
© Marimekk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브랜드를 이끄는 주요 동력과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마리메꼬는 저에게 삶의 방식이자 생활 철학이에요. 2020년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이후, 저희 디자인 팀은 마리메꼬의 기존 컬렉션과 실루엣, 프린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동시에 마리메꼬의 프린트 아카이브, 풍부한 유산과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죠.  올해는 우니꼬의 60주년을 기념하면서, 일본의 ‘블루 보틀’과 협업해 카페를 꾸미거나, 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바 우니 꼬Bar Unikko’를 선보이며 마리메꼬의 라이프스타일을 새로운 콘셉트로 소개했어요. 저는 예술과 건축, 가구 디자인, 전시, 각종 인쇄물, 팟캐스트,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또, 마리메꼬의 방대한 프린트 아카이브도 영감의 원천이죠.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새롭게 선보일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물론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만, 제품의 내구성에 특히 중점을 둬요. 제품이 수명을 다했을 때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어요. 새로운 컬렉션을 디자인할 때 항상 새 제품이 고객들의 삶에 어떻게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고민하죠.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을 만들고자 해요.

마리메꼬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은 어떤 것인가요?
시대의 초월성Timeless, 대담함Bold, 그리고 유쾌함Joyful이에요. 마리메꼬는 행복한 모순으로 가득한 브랜드예요. 꽃무늬와 스트라이프, 유쾌함과 대담함, 단순함과 강렬한 표현력이 공존하죠. 고객의 일상에 기쁨을 더하고, 그들이 있는 그대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CREDIT INFO

editor    신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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