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미 상무부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중국 견제 목적 불구 우리기업 ‘유탄’
정부, 세미나 열고 기업 경각심·대비 안내···“수출 통제 면제국 포함책 마련 시급”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공정, 검사 장비에 대해서도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확대 적용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들이 직접 영향을 받게 돼 혼선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대응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면제 국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이달초 미국 상무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행 시기는 다음달 1일부터이다.
HBM은 D램 여러개로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보다 높은 제품이 통제 대상이다.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이 이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는 수출 통제 조치 취지에 대해 “중국이 전쟁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첨단 AI를 개발하는 것을 늦추고 중국이 자체적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방해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산업 원천기술은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도 이번 수출통제 적용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중국에 HBM 일부를 수출하기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정부도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모처에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조치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이번 미국 조치의 배경 및 경과, 우리 기업에 영향이 있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주요 내용의 구체적 사례에 대한 전문가 설명이 있었다. FDPR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 통제를 준수토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반도체장비기업 A사가 한국 소재 공장에서 통제대상 미국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해 생산한 반도체장비, 통제 대상 미국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해 구축한 한국 소재 공장 및 시설에서 생산한 반도체장비 등이 전통적 FDPR 개념이다.
여기에 통제대상 미국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해 구축된 해외 공장 및 시설에서 생산한 부분품(IC칩 등)을 탑재해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 장비, 통제대상 미국산 부분품(IC칩) 등을 탑재해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 장비 등이 이번 조치로 새로 통제 대상에 포함됐다.
강은희 무역안보연구원 정책연구팀장은 “FDPR 해당 여부를 확인하려면 먼저 품목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제품 제조시 사용한 사용한 기술이 통제대상 기술인지 먼저 확인하고, 그 기술을 사용해 생산한 제품이 통제 대상이 되는지 확인한 다음 대상 품목이 통제되는 목적지와 거래자들에게 가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엔 주로 전 공정 장비 중심으로 통제를 했다면 이번엔 후공정, 시험 검사 장비도 신규로 추가하고, 장비에 대해서도 FDPR을 적용했다”며 “이번 조치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업계가 내용을 잘 숙지해 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제도를 자체 운영하는 국가에 대해선 해당국가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도록 예외를 뒀다. 일본 등 33개국이 여기에 해당하지만 우리나라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우리 기업이 수출 허가 면제국가에 있는 기업과 중국시장에서 경쟁할 때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미국 조치 대응 방안으로 대중국 수출통제 동참을 검토하면서, 향후 미국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 수출 허가 면제 국가에 포함되도록 내부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 탄핵 정국 영향으로 조기 정권 교체가 현실화할 경우 대중국 수출통제 참여는 변경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대응을 잘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과 협의해 우리 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최근 수출통제가 미중기술패권 경쟁으로 강화되고 있는데 잘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