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국정 마비 상태···불확실한 상황 지속
보험업계, 손해율 악화에 더 이상 인하 여력 없어
"특약·할인율 축소 등 자구책 마련 주력"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내년 자동차보험료 조정 협의가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인한 혼란 속에 올스톱됐다. 금융당국이 관련 논의를 못하게 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은 조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내년 자동차보험료 조정 논의를 거의 진척시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년 같으면 이미 금융당국과 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 조정 논의가 정리되고 보험료율 검증 등이 이뤄졌어야 하는 시점이지만 올해는 정치적 혼란으로 논의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내년 자동차보험료 조정 논의가 미뤄진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과 탄핵정국에 돌입이 있다.
자동차보험료는 손해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책정하지만 의무보험인 동시에 소비자물가와도 직접 연결돼 금융당국이 일정 수준에서 개입하고 있다. 특히 보험료 인상·인하를 두고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보험사는 매년 자동차보험 인상·인하폭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력이 없단 입장이다. 자동차보험료는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인하됐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교통량 감소가 흑자를 가져왔고 지난해는 상생금융 차원에서 보험료가 인하됐다.
하지만 올해는 자동차 이동량 증가와 집중호우, 전기차 폭발사고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됐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손해율이 높을수록 보험사 적자가 커진다.
올해 10월까지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평균 82%로 손익분기점 80%를 크게 웃돌았다.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약 1500억원의 추가 손실을 입는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 전체가 수천억원 규모의 적자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겨울철 빙판길 사고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연말로 갈수록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내부에서 11월 손해율이 9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7개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의 82%에 달하며 지난해 동기대비 2.8%포인트 상승했다.
시장 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하는 5대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의 손해율은 평균 85.9%로 지난해 대비 3.1%포인트 증가해 적자 규모가 심화되고 있다.
업계는 올해 당국과의 자동차보험료 조정 논의가 어렵다고 보고 자구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겨울철 사고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절기 비상 대응 캠프를 가동하고 제설함과 상습결빙구간 지역 리스트 최신화와 협력업체별 순찰 구역 매칭도 완료했다. 눈길과 빙판길 안전운전을 위해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면 자동차 보험료 5% 할인 특약도 제공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한파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 주요 출동 지연 지역을 점검했다. 국지적 재해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전국 단위 긴급 견인지원단도 편성했다. 이 밖에 일부 손해보험사사들은 특약과 할인율 축소, 가입 기준·지급 심사 강화 등의 방법도 검토하며 손실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 해서 대부분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 넘어서고 올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분위기상 관련 논의는 어려울 것 같다"며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현재는 순이익 감소를 막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