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국정과제 위한 다짐보다 혼란 속 국정관리 역할 집중해야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에 가로막혔던 그 직후, 국무위원들은 전원 사의를 표명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가 담긴 행위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로 장관들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윤 대통령과 한배를 탔던 인사들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열흘 이상 지났지만 실제로 자리를 떠난 장관은 거의 없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장관들이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수리가 안됐기 때문일 수 있으나 몇몇 인사들은 자리를 지키는 것을 넘어 “흔들림 없이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해달라”는 탄핵 가결 후 윤 대통령의 당부를 수행하는 듯한 모습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사회부처 장관들에게 “소관 주요 정책과 현안 과제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또 이주호 장관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나 “계획된 주요 정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 외 몇몇 장관들도 “핵심과제를 차질없이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직무가 멈췄다고 대한민국이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국정공백이 생기지 않게끔 각부처에서 신경 써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국정공백이 생기지 않게 신경 쓰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과 못다이룬 ‘현정부 과제’를 운운하며 ‘차질없이 하겠다’고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일단 현직 대통령은 임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또 상당수 여론도 여기에 동조하는 상황이다. 특히 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몇몇 장관들은 수사대상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녹취록, 속기록도 없는 회의에서 사실상 반대 입장이었다고들 이야기하는데 필자도 설마 비상계엄에 동조했을까 싶긴 하다. 허나 그 말을 믿는다고 해도 100% 당당할 수 있는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분명 계엄 실패 후 국무위원들이 ‘전원 사의’ 입장을 표한 것을 전국민이 다 속보로 목격했다. 그런데 “소관 주요 정책과 현안 과제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라”는 윤 대통령의 당부를 적극 수행하겠다는 듯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상당히 이질적으로 보인다.
계엄 실패 후 전원사의까지 표명했을 정도의 행보를 보였던 국무위원들이라면 지금은 어느 정도 선을 지킨 행보를 보여주는 것이 맥락상 맞지 않나 싶다.
현재 대한민국은 경험해보지 못한 혼돈 그 자체다. 헌재에서 탄핵안이 받아들여져도 혹은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어찌 될지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금 국무위원들에게 급한 일은 아쉬움속에 못 다 이룬 윤 정부의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국정을 안정시키고 마지막까지 현재의 혼란을 최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현 시국에선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대선주자들의 평가를 바꾸고 있다. 현 정부 인사들도 남의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지금 ‘코리아’가 제대로 ‘디스카운트’된 현 상황에 화가 많이 나 있고 장관들의 발언을 뉴스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