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문화 바꾼 자신감과 유쾌함
미안함‧기특함‧고마움‧놀라움 섞인 희망
냉소적 잔소리 대신 따뜻한 관심‧응원 필요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계엄 사태 이후 연일 열리고 있는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는 일반적인 집회와는 다른 모습들이 목격된다.
집회 참가자들의 표정과 행동에 절망, 공포, 분노를 넘어선 자신감과 유쾌함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촛불 집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고, 엄중한 시국 상황 속에서 어쩌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다. 해외 언론들이 ‘축제 같은 집회’라며 보도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보인다.
이번 집회의 모습과 관련해 취재 과정에서 만난 30대 이상 집회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10‧20대 이른바 ‘Z세대’ 참가자들이 기존의 집회 분위기를 변화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30대 이상 대부분의 집회 참가자는 대통령 탄핵 집회 ‘경력직’들이다.
한 40대 집회 참가자는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고, 속에서 불이나 집회에 나왔다. 씩씩거리고 있는 와중에 학생들과 20대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구호를 외치고, 노래가 나오면 신나게 즐기는 모습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며 “미안하고, 기특하고, 고맙고, 놀랍고, 여러 감정들이 섞이며 결국에 희망을 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Z세대의 힘은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관측된다.
최근 몇 년 사이 경직된 투자 시장 속에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경기는 더욱 얼어 붙었고, 스타트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스타트업 ‘젊은’ 대표들과 직원들은 본인들이 만들 미래에 열정을 쏟고, 믿음을 강화하며 희망의 미래를 써나갔다.
최근 보고서들에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질적‧양적인 성장세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들 노력의 결과물이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스타트업 대표나 직원들에게 보이는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가 성공과 희망의 원천이 아닐까 싶다. 비관할 시간에 해결책을 찾고,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이들에겐 있었다.
다만,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가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특히 계엄 사태에 따라 국내 경제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신뢰를 잃은 국내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 유치는 보다 녹록지 않게 됐다.
또한 여전한 규제 장벽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고, 인재 채용 문제도 스타트업의 오랜 고민이자 과제다.
이와 같이 스타트업이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들의 참여와 의지가 필요하다.
집회에 기성세대만 있었다면 볼 수 없었을 희망을 보여줬던 것처럼 주로 Z세대들로 구성된 스타트업이 풀 수 없는 문제들을 기성세대만이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아울러 냉소적인 잔소리가 아닌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 그들에게 필요하다.
각 세대는 이전 세대의 어깨 위에 서야 하고, 이들의 지혜와 에너지가 결합할 때 위대한 일을 이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