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78% 오를 때 삼성전자 7.88% 상승
지수 2.78% 급락했던 10일에는 1.29% 하락 그쳐
기관 강한 매수세 덕···지수 비중 높은 특징 영향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정치적인 불확실성 탓에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방어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가의 대규모 매수세에 따른 영향으로, 지수 내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특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비상 계엄령 사태로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 속에서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계엄령 사태 발생 다음 날인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7.88%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1.78%를 넘어서는 성과다.
특히 삼성전자는 탄핵 불발 이슈로 코스피가 2.78% 급락했던 지난 9일에도 1.29% 하락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코스피가 2.43% 급등했던 이달 10일에는 1.12% 오르며 시장 상승률을 넘어서지 못했는데, 이는 전형적인 시장 방어주적 특성을 드러내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안정적인 주가 흐름은 기관의 ‘사자’ 행렬이 주도했다. 기관은 지난 4일 이후 이날까지 삼성전자를 672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8거래일 중 7거래일에서 기관 순매수가 쌓인 결과다.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가 각각 7402억원, 4556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기관 수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융투자가 2435억원, 연기금이 2424억원, 투자신탁이 161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금융투자는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금융 업무를 영위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 및 기관을 의미한다. 연기금은 연금과 기금을 의미하며 투자신탁은 펀드자금으로 볼 수 있는 수급 주체다.
기관의 강한 매수세는 삼성전자의 특수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향후 성장성을 기대하고 매수에 나선 사례도 있겠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거나 시장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비중 있게 담게 됐다는 해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가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를 넘어선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이보다 더한 악재가 없다는 인식에다 코스피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8.4배, PBR(주가순자산비율) 0.81배로 역사상 저점으로 접어들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기관은 시장 성과를 따라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시장 상관관계가 높은 삼성전자를 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결과적으로 증시 위기 때마다 삼성전자가 방어주로서 돋보일 수 있는 배경이 된다. 다만 추가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기 위해선 외국인의 수급도 개선될 필요가 있는데, 외국인 역시 한국 증시를 바스켓으로 투자하는 과정에서 지수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를 우선으로 담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국내 증시 자체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국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악재가 상당 부분 반영됐으나 실적 부진이 우려된다며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는 하향 조정하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목표가를 기존 7만6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내렸다.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도 최근 목표가를 각각 7만5000원, 7만3000원, 7만7000원으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