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교사 및 횡령 혐의···이재용 회장 ‘부당합병 의혹’ 사건과 연결

지난 2월14일 증거인멸교사와 횜령 등 혐의를 받는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14일 증거인멸교사와 횜령 등 혐의를 받는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를 은폐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상장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한 항소심 절차가 이번 주 시작된다.

1심은 증거인멸 직전 이뤄진 2018년 5월5일 회의는 수사 대책회의가 아닌 통상적인 경영상의 회의라면서 범죄사실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4-1부는 오는 18일 증거인멸교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 등 3인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한다.

김 전 대표와 안중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동중 전 삼성바이오 부사장은 2018년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삼바와 삼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가 보유한 관련 자료들을 삭제할 것을 임직원에게 교사한 혐의로 2020년 10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5월5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증거인멸 방안 등을 논의하고, 이 논의 결과로 삼바 서버 등을 공장 바닥에 숨기는 등 증거를 은닉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심은 5월5일 회의를 대책회의가 아닌 통상적인 경영회의로 판단하며 김 전 대표와 안중현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책회의 당시 김 전 대표가 자료삭제에 동의했다는 점과 증거인멸 교사에 가담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김동중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 교사에 대해서는 "임직원들에게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관련자료 삭제하기로 하고 피고인도 임직원들에게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삭제한 사안이다”며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관련자 수, 삭제·은닉된 자료의 양이 많다. 피고인이 증거인멸을 사실상 총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와 김동중 전 부사장은 지난 2016년 삼성바이오 상장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지만,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상장 당시 등기임원이었던 탓에 우리사주 배정 대상에서 제외되자 개인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그 비용과 우리사주 공모가액 간 차액을 회삿돈으로 보전받았다고 봤다.

하지만 1심은 “차액 계산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차액 보상을 통해 임직원 간 형평을 맞추려 한 점 등 차액 보상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인정된다”면서 “횡령의 불법연대 의사를 가지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전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의혹은 삼바 분식회계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 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과 연결된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바 지분 46%를 보유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얻게 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김 전 대표 등을 기소하며 이 사건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및 삼바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벌인 조직적 증거인멸’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검찰은 2019년 압수수색 당시 삼바 공장과 회의실 바닥재 아래에서 18테라바이트(TB) 용량의 백업 서버와 외장하드 2대, 업무용 PC 26대 등을 발견해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부당합병 의혹’ 사건 1심과 마찬가지로 삼바의 18테라바이트 규모 백업 서버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사 당국이 압수한 증거 중 혐의사실과 관련한 것만 선별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압수한 일부 증거는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부당합병 의혹’ 항소심은 내년 2월3일 판결이 선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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