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윤대통령 사실상 2선후퇴···美신정부 준비기 정상외교 단절 ‘위기’
“우리 정부·산업 입장 대변 기회 상실 우려”···국무총리 대행체제도 한계 지적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계엄령 사태에 이은 탄핵정국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면서 미국 신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가 추진하던 한미 정상외교도 모두 멈춰버릴 위기에 처했다. 보조금 폐지, 관세 폭탄, 무역수지 개선 압박 등 미국 신정부가 리스크가 큰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 입장을 대변할 기회가 사라지는 모양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으로 시작된 사회적 충격이 탄핵정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폐기됐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가결 때까지 탄핵을 계속 추진하겠단 입장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계엄해제 발표 후 한 차례 대국민담화를 제외하고는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등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신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과의 고위급 통상외교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지금은 미국쪽에서 당장 협상, 요구를 하는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 당선자가 IRA, 무역적자, 관세조치 등 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언급은 있었지만 통상분야에서 구체적으로 뭔가를 요구한 것은 없다”며 “내부적으로 우리가 협상에 있어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시기이기에 이 부분에 잘 집중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내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정부는 취임 전 윤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자 취임 전 회동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 내 정상회담이 열리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을 두고 미국 조야 분위기도 싸늘하다. 커트 컴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심각한 오판을 했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외교적 언어를 감안할 때 미국이 사실상 윤석열 정부와 선긋기에 나섰단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우리나라에 관세 인상, 보조금 축소, 방위비재협상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정상외교는 우리 산업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대한 기업 입장을 전달할 기회다. 정부 입장에선 미 신정부 출범 전 대외전략 수립 과정에 우리 정부 입장을 반영할 자리이기도 하다. 미 정권교체기 정상외교 단절은 이러한 기회를 모두 날려버릴 수 있다. 

그동안은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 수개월 내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2001년엔 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엔 4월, 2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엔 5월 양국 정상이 만났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간 대처해야 할 현안은 통상 장벽 문제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정국 상황을 봤을 때 한미정상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지금 대통령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는게 우선이다. 국무총리가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 결과를 내놓는다는건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당과 협력해 국정을 운영하겠단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한 총리와 만나 무게있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단 관측이다.

한미관계 뿐 아니라 내년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추진해온 한일협력 강화, 한중관계 개선도 탄력을 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다음달 예정됐던 방한일정을 취소했고, 당초 내년 11월 경주 APEC 회의 때 추진했던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도 불투명해졌다.

이 교수는 “경제는 예측 가능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은 대통령이 탄핵되지도, 사임하지도 않은 불안한 상태다. 법에 부여된 권한에 의해 엄밀하게 지는 게 가장 경제에 타격이 작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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