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를 위하여

건축 설계부터 실내 디자인, 스타일링까지 토털 서비스를 전개하는 디자인 회사 채윰의 김경미 대표가 30년 지기 절친한 친구의 새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네 식구에게 마음의 안식처이자 평생 살아갈 공간이 되길 바라며 온 정성을 다해 만든 집이다.

부부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취미생활을 누리는 1층의 거실. 셰브런패턴의 원목마루와 십자 모양 창호를적용해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부부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취미생활을 누리는 1층의 거실. 셰브런패턴의 원목마루와 십자 모양 창호를적용해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자연과 늘 함께하는 감각을느낄 수 있도록 테라스와맞닿은 곳에 연출한 서재.
자연과 늘 함께하는 감각을느낄 수 있도록 테라스와맞닿은 곳에 연출한 서재.

여유롭고 독립적인 생활을 위하여

랠프 월도 에머슨은 에세이 〈우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정의 영광은 함께하는 기쁨에 있지않다. 그것은 누군가가 나를 신뢰하는 순간 내 안에 불어오는 영적인 영감에 있다”라고. 우정의 본질을 단순히 친밀한 관계가 아닌, 영혼 깊이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게 하는 힘으로 보았다. 채윰 김경미 대표와 이태원 주택의 건축주 김상미 씨 사이에도 두터운 우정이 밑바탕으로 자리한다. 예술고등학교 재학 시절 만나 둘도 없는 절친한 사이로 지내던 두 사람에게 2022년 무렵, 공동의 커다란 과제가 생겼다. 이태원 부지를 매입한 김상미 씨가 김경미 대표에게 자신의 집 인테리어 작업을 의뢰한 것. 김경미 대표는 과거 인테리어 회사 및 대기업 인테리어 팀에서 ‘고급 호텔 및 리조트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건설사에서는 주거상품팀에서 근무하며 건축에 대한 이해도를 쌓은 바 있다. 20년 경력을 보유한 김경미 대표가 고수해 온 원칙 중 하나는 주거 공간은 건축 설계 과정에서 인테리어 및 가구 계획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설계 단계부터 건축가와 면밀한 논의를 거쳐 인테리어를 진행해야 더욱 완성도 높은 집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태원 주택의 경우 건축 설계가 이미 진행 중이라 초반부터 관여하지는 못했지만,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을 최대한 반영한 공간을 구현하고자 노력했죠.” 김경미 대표의 내공과 강단 있는 실행력을 믿은 김상미 씨는 건축설계사의 밑그림을 토대로 자신이 꿈꿔온 집의 장면을 완성시켜 주길 바랐다.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주택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롭고 사적인 공간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어요. 과거 미국에서 마당 있는 주택에서 살았던 경험을 다시금 선물해 주고 싶기도 했고요. 독립된 공간에서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 설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김경미 대표는 ‘따로 또 같이’의 개념을 적용해 1층에는 부부의 공용 공간과 침실, 욕실, 드레스 룸을, 2층에는 욕실과 드레스 룸을 각각 갖춘 아들과 딸의 방을 배치했다. 3층은 LDK 구조로 연결해 하나의 공간이면서 분리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단차를 두거나 마감재를 다르게 사용했다.

음악 작업을 하는 아들의 방. 쪽창을 설계해 자연광을 드리워 아늑함을 극대화했다.
음악 작업을 하는 아들의 방. 쪽창을 설계해 자연광을 드리워 아늑함을 극대화했다.
아이보리 톤의 마감재로 통일한 2층 공간에 그린과 블루 컬러의 작품 및 가구로 포인트를 주었다.
아이보리 톤의 마감재로 통일한 2층 공간에 그린과 블루 컬러의 작품 및 가구로 포인트를 주었다.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꾸민 3층의 거실. 놀의 플래트너 커피 테이블과 체어, 사이드 테이블 등이 장식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꾸민 3층의 거실. 놀의 플래트너 커피 테이블과 체어, 사이드 테이블 등이 장식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프랑스 조각가 야니크 브예오YannickBouillault의 페인트 통 작품을 배치해 공간에 위트를 더했다.
프랑스 조각가 야니크 브예오YannickBouillault의 페인트 통 작품을 배치해 공간에 위트를 더했다.
엔조 마리Enzo Mari가 에르메스를 위해 디자인한 메티에르Metiers 체어에 앉아 있는 김상미 씨와 그 옆에 선 채윰 김경미 대표.
엔조 마리Enzo Mari가 에르메스를 위해 디자인한 메티에르Metiers 체어에 앉아 있는 김상미 씨와 그 옆에 선 채윰 김경미 대표.

공간의 제약을 활용한 구조변경

“이곳의 대지는 사각형이 아닌 마름모 모양이었어요. 땅의 면적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좁고 긴 건물을 어떻게 넓어 보이게 만들지가 관건이었죠.” 김경미 대표는 공간의 확장감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활용했다. 층고를 높이고, 대형 타일과 광폭 마루를 사용해 분절 라인을 줄였다. 육안으로 보기에 거의 흡사해 보이는 벽체와 천장의 컬러도 미세하게 톤의 차이를 두어 공간감을 더욱 살렸다. 또한 각 층마다 거주자의 동선과 편의성을 고려해 구조를 변경했다. 부부의 침실을 콤팩트하게 만드는 대신 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넓은 욕실과 라운지를 계획해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공간과 취미 생활이 일어나는 구역을 명확히 구분한 것이 특징. 자녀의 방이 있는 2층 역시 효율적이고 편안한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 복도에 물을 마시고 수납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자녀들이 3층의 주방에 자주 오르내리지 않아도 간단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천창에서 내려오는 빛을 즐기면서 자유롭고 평온한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작은 라운지를 만들었다. 1층과 2층이 이국적인 감성과 컬러감이 돋보인다면, 공용 공간으로 구성한 3층은 고급스러운 마감재와 디테일을 가미해 하이엔드 주거의 미감을 발산한다. 천연 소재의 대리석과 무늬목으로 주방 가구를 제작했고, 아일랜드는 자연이 연상되는 그린과 블루 컬러의 천연 대리석을 마감재로 사용했다. 다이닝 룸과 연결되는 거실은 안락감을 주기 위해 레벨을 한층 낮추고, 마그네틱 매립 조명을 적용해 간결하면서 개방감 있게 완성했다. 또한 가족의 로망이었던 페치카를 설치해 아늑하면서 따스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크리스마스 무드가 물씬 풍기는 거실에서 김상미 씨에게 어떤 점이 가장 좋은지 묻자, 한 가지로는 꼽을 수 없게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는 답이 돌아왔다. 깊은 이해와 배려심, 그리고 신뢰로 쌓아 올린 공간에서만 충만한 일상이 깃드는 법이다.

웜 화이트 톤으로 온화한 감성이 흐르는 거실과 주방. 두 공간 사이에 단차를 두어 연결되어 있음에도 분리감을 형성했다.
웜 화이트 톤으로 온화한 감성이 흐르는 거실과 주방. 두 공간 사이에 단차를 두어 연결되어 있음에도 분리감을 형성했다.
목욕을 즐기는 부부를 위해 깊고 큰 욕조를 배치한 욕실. 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풍경이 평화로움을 자아낸다.
목욕을 즐기는 부부를 위해 깊고 큰 욕조를 배치한 욕실. 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풍경이 평화로움을 자아낸다.
부부의 라운지와 연결된 야외 테라스는도심 한복판에서도 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부부의 라운지와 연결된 야외 테라스는도심 한복판에서도 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케이브홈의 가든 체어 및 테이블을 배치한 루프톱 테라스에서는 서울의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케이브홈의 가든 체어 및 테이블을 배치한 루프톱 테라스에서는 서울의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CREDIT INFO

freelance editor    길보경
photographer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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