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수혜 은행주 등 고배당 금융주 ETF 출시 앞두고 ‘유탄’
외국인 이탈에 투심 악화···밸류업 지속 불투명에 횡재세 공포도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정부의 밸류업 정책 수혜주로 평가받는 금융주로 구성된 고배당 ETF를 출시하려다 갑작스러운 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외국인들이 금융주를 대거 팔아치우면서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의 고배당 금융주 ETF는 출시 전부터 흥행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은행에 횡재세를 물리겠다는 입장을 보였기에 ETF 출시 이후에도 투심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 삼성·KB운용, 고배당 금융주 ETF 출시 앞뒀는데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각각 KODEX 금융고배당TOP10타겟위클리커버드콜 ETF와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 ETF 출시를 앞두고 있다.
KODEX 금융고배당TOP1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은 은행주와 증권주, 보험주 등 고배당 금융주 10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하고 코스피 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위클리 콜옵션을 30% 수준으로 매도하는 ETF다. 기초자산 구성종목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기업은행,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이다.
KB자산운용 역시 금융지주, 은행, 증권, 보험업종 고배당주를 편입한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 ETF를 다음주 상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계엄과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맘고생을 하고 있다. KODEX 금융고배당TOP10타겟위클리커버드콜 ETF와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 ETF를 구성하는 국내 금융주들은 일제히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까지만 하더라도 외국인들은 국내 금융주들을 순매수했다. KB금융(+4.98%), 신한지주(+4.64%), 하나금융(+3.61%), JB금융(+5.2%), BNK금융(+8.79%), 삼성화재(+9.43%) 등 고배당을 지속하고 있는 종목들은 연말을 앞두고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계엄 사태로 지난 4일 외국인들이 매물폭탄을 던지면서 국내 금융주들의 주가는 4일과 5일 이틀 연속 급락했다.
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았던 KB금융의 경우 외국인들이 2224억원 가량을 순매도하면서 주가가 10만1200원에서 8만5800원으로 15.2%나 급락하기도 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주 급락은 비상계엄 발동 및 해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과 밸류업 정책 이행에 대한 불안감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분석했다.
◇ 밸류업 수혜업종 지속될까
금융주 가운데 특히 은행주들은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정책의 최대 수혜주로 부각받았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은행주는 밸류업 지원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은행의 적극적 주주환원 제고 실천에 따라 올 한해 34.2% 상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엄 사태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은행주에 대한 투심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민생 극복 차원에서 은행권, 정유사 등에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횡재세 부과 법안은 최근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한 초과이익에 대해 40% 이내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하고, 이를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대출상품 공급과 대출이자 감면 등에 활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으로서는 장기적으로도 KODEX 금융고배당TOP10타겟위클리커버드콜 ETF와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 ETF 흥행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은행주 주가 급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주가가 저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도하 연구원은 “기존의 기대를 하회할 가능성이 생겼으므로 주가가 일부 조정 받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기대 수익률을 고려하면 현 수준의 하락은 과도하다”며 “바닥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