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SE 용역, 특혜 의혹과 실적 검증 쟁점 부상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국내 최초 도심지 트램 사업인 대전 2호선 트램 사업이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트램 사업의 컨트롤타워격인 시스템엔지니어링(SE) 용역 입찰에 앞서 대전시와 특정업체가 사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대전시는 트램 사업의 기술적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논의였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경쟁업체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시는 110억원 규모 2호선 트램 SE 용역 입찰을 진행 중이다. 시스템엔지니어링은 트램이 원활하게 운행될 수 있도록 설계·제작·검사·시운전 등 전과정을 총괄하는 작업이다. 트램 건설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입찰엔 리나컨소시엄(리나·설화엔지니어링·대전교통공사 등), GET컨소시엄(GET·시스트라·건양전력 등), WSP컨소시엄(WSP·비즈피어·창성 등) 등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논란은 리나컨소시엄이 대전시가 주최한 SE 관련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시사저널e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회의는 지난해 12월 15일 대전시 철도광역교통본부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회의 내용은 ‘SE 수행 체계 및 효과 관련 발표, 추진 여부 논의 등’이다. 대전시 관계자 10명, 대전교통공사 관계자 5명, 리나 2명, 설화엔지니어링 2명 등이 참석했다.
업계에선 다른 경쟁 컨소시엄엔 동일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은 해당 회의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접하지 못했고 논의 내용 또한 공개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찰 공고 전 수행 체계와 효과를 논의했다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며 “다른 경쟁 업체들이 동일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면 이는 불공정 행위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 정보 공유를 넘어 사전에 입찰 관련 정보를 얻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전 2호선 트램은 대전시를 타원형으로 38.8㎞(정거장 45개소, 차량기지 1개소)를 순환하는 노선이다. 특히 국내 최초로 도심지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트램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트램 사업 과정과 성공 여부가 다른 도시의 트램 도입과 국가 교통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공정성 논란이 사업 전반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대전시는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가 없어 구체적인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7월 조직 개편으로 인해 많은 담당자가 변경돼 확인이 어렵다”며 “다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진행됐다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기보다는 기술적 자문과 정보를 얻기 위한 자리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실적 요건도 쟁점으로 꼽힌다. 제안요청서(RFP)에 따르면 SE 일부 공정을 수행한 건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리나컨소시엄은 이번 입찰에서 자회사 다폴로리아가 진행한 이스라엘 트램 사업 실적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다폴로리아가 맡았던 업무는 품질관리(QA)와 시운전(T&C)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품질관리나 시운전은 SE 전체 공정을 수행한 실적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리나컨소시엄의 실적이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전시가 평가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고, 동일한 기준이 모든 업체에 적용되었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리나컨소시엄이 제출한 실적이 문제가 없다면서도 말을 아꼈다. 대전시 관계자는 “실적 요건에 대해선 충분히 검토한 사항으로 통과 기준을 충족했다”며 “현재 평가를 진행 중인 만큼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전시 산하 공기업인 대전교통공사가 입찰에 참여한 점도 논란이 됐다. 대전시 발주사업에 대전도시교통공사가 특정업체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건 자칫 심사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12일 성명을 내고 용역 입찰에 관여하는 건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대전교통공사가 SE 용역에서 맡게 될 운영 부문은 입찰에서 분리해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 있음에도 통합 발주를 고집하는 것은 오해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며 “SE 용역 심사를 중단하고 운영 부문은 수의계약, 나머지 부문은 별도 경쟁입찰로 진행해 공정성을 확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