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령 선포 6시간 만 해제···관료탄핵·예산 갈등에 초강수 ‘분석’
野, 내란수괴 비판 속 탄핵안도 발의···의결 키 쥔 여권 기류 ‘복잡’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 사태로 정치 입문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잇단 정부 관료 탄핵, 예산 칼질 등 국정 마비 위기감에 계엄이란 초강경 대응책을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정권 기반만 더 위태로워지는 모양새다.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내란죄 고발을 공식화하는 가운데 여당마저 윤 대통령에 대한 선긋기에 나설 조짐이 엿보인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국회가 해제 요구안을 의결하자 6시간 만인 이날 새벽 계엄을 해제했다. 간밤에 벌어진 계엄 사태는 수습됐지만 정국은 더욱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계엄을 철회하면서도 야당에 대해선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날을 세웠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주요 국정과제 상당수가 입법권력을 쥔 야당의 협조를 받지 못하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가 현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고, 최근엔 야당이 예산 감액안을 강행처리하자 윤 대통령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계엄령이란 초강수를 꺼냈단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 1일 예산감액안 처리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입법 폭주에 이은 예산 폭주이자 민생을 외면한 다수의 횡포로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전날 비상계엄 선포 자리에서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 대책 예비비 1조원, 아이 돌봄 지원 수당 384억원,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1000억 원을 삭감했다. 이러한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자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 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며 야당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날 계엄 해제 이후 윤 대통령은 예정된 공식일정을 취소한 채 장고에 들어갔고, 대통령실은 실장 및 수석급 참모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는 등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야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규정하고 그간 신중론이 우세했던 탄핵도 본격화하겠단 방침이다. 

이날 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내란행위이자 탄핵 사유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내란범으로 규정,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퇴진을 거부할 경우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이 공동발의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제출됐다. 탄핵안은 6~7일 표결에 부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전 국민이 인지하고 있는 내란사건이므로 즉각 수사에 착수해 내란범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는 야당 주도로 주최측 추산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 사퇴촉구 탄핵추진 비상시국대회를 열었다. 전국 주요 도시 중심지에선 이날 늦은 오후부터 윤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 조만간 탄핵 정국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가 현직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개혁신당 등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야당 의석은 192석이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선 여당에서 8석 이상을 더 가져와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 기류는 복잡하다. 계엄령 관련해선 한동훈 대표가 직접 철회를 요구하는 등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회 계엄 해제안 의결 당시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는 내각 총사퇴와 국방부 장관 해임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 탈당 요구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 상황을 더 파악하고 의견을 모아 말하겠다”고 했다.

다만 탄핵의 경우 현재로선 당내 전반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부정적 기류가 더 강하단 분석이다. 여권 전반적으로 당시 당이 단합하지 못해 잃은 게 더 많단 인식과 함께 탄핵안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정치적 타격을 크게 받았단 트라우마도 자리잡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계엄령 해제안과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엄연히 다른 사안”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여당 마저 사분오열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둔화와 내수부진 등 경제 현안과 양극화 해소, 4대개혁 등 가뜩이나 더딘 정부 국정과제들이 정쟁에 밀려 추진동력이 더욱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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